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데도 정부나 채권은행의 지원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있는 한계기업 등 부실 중소기업에 대한 퇴출작업이 가속화할 조짐이다. 금융감독원은 184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 평가를 통해 부실징후 기업(C등급) 106개사,부실기업(D등급) 119개사 등 모두 225개사(12.2%)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가 선정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특히 한계기업의 경우 내년부터 대출보증 만기 연장대상에서 제외하고 채권 금융회사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퇴출시키기로 했다. 정부와 금융권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지원했던 자금을 선별 환수하면서 구조조정 작업에 본격 나선 셈이다.

지난해 글로벌 위기 이후 우리 중소기업들은 정부와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적지 않은 자금지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건설을 비롯 조선,해운 등의 업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던 것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무풍지대나 마찬가지였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이 줄도산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의 하나였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긴급자금 수요가 크게 줄어든데다 자칫 중소기업 부실이 금융분야로까지 전이될 위험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더구나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 가운데 단기 폐업을 하거나 고의로 부도를 내는 등 모럴해저드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부실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에 박차(拍車)를 가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추가자금을 지원해서라도 회생시켜야 하지만,지원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한 한계기업 등은 조기에 퇴출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무차별적이고 과도한 구조조정 작업으로 이제 한숨을 돌린 중소기업의 회생의지에 찬물을 끼얹거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데도 일시적 자금난에 몰린 중소기업까지 도산하는 사태가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금융 당국 등은 치밀하고 신속한 옥석가리기 작업을 거쳐 경제와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가면서 구조조정계획을 차질없이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