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에겐 정말 선물을 안 주시나요?" 아버지는 매년 이 질문에 시달리셨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시지만 아버지는 "정말로 선물을 안 주신다"며 겁을 줬죠."아버지는 거짓말을 안 하신다"는 어머니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아이는 잘 울지 않는,아주 굳센 아이가 되었습니다. 형과 누이에 치어 울어야 할 때도 선물 때문에 꾹 참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면 정말 머리맡에 '메리 크리스마스! 선물' 축복이 내렸습니다.

바야흐로 감사와 축복의 시즌입니다. 1년 내내 세상일로 어지럽다가도 이맘 때가 되면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돌아보면 주변에 감사하고 축복해야 할 사람이 너무도 많습니다.

C사 C부장님.연말 인사와 내년 사업계획 정보를 먼저 달라고 떼쓰는 기자들에게 무척 시달리셨죠.밤낮없이 울려대는 기자들의 전화 성화에 숨한번 제대로 돌려쉬지 못했을 C부장님.

이번 인사에서 기자를 만나지 않는 부서로 옮겨가는 승진 축복이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국방부 W 대변인.대청해전이다, 북한 미사일이다 해서 다리 한번 편히 뻗어보지 못했을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픕니다. 내년에는 해전도,사고도 없는 평안한 한 해가 되시길. 아! 장군 진급자 명단이 특별취급 대상인지도 모르고 인사란에 커다랗게 보도한 기자의 잘못을 웃음으로 넘겨준 데 대해 감사합니다.

올해도 임원승진을 못한 S사 K부장님은 오늘도 쓰린 가슴을 술로 달랠지도 모릅니다. 술을 끊게 해달라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기원일 겁니다. 대신 큰애가 2011학년도 입시에서 원하는 대학에 한방에 들어가는 축복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현대자동차 노조에도 감사의 말을 전해야겠습니다. 줄기찬 파업으로 매년 파업기사 쓰느라 새벽까지 퇴근 못한 기자들에게 15년 만의 '무파업 임단협 타결'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줬습니다. 이것이 꿈입니까,생시입니까! 노조의 결단이 기자들만의 축복이겠습니까. 울산지역 자영업자와 수많은 하청기업에 이보다 큰 연말 선물은 없을 겁니다. 지역주민들이 노조 앞으로 축복의 성탄카드를 부쳐주는 센스, 필요하지 않을까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언론중재 담당자 K팀장님은 싸우다 친해진 사이입니다. 내년에는 준법투쟁 등 업그레이드된 노동운동으로 '더 친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K팀장,내년에 또 봅시다.

1년 내내 한국경제신문과 한경닷컴에 따끔한 비판과 격려의 글을 보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좋은 기사를 볼 절대 권리와 권력을 가진 독자 여러분 한분 한분께 차고 넘치는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C부장, K부장, K팀장이 있습니다. 일일이 축복과 감사의 말을 전하기는 어렵지만 지면으로나마 '메리 크리스마스!!!'를 전합니다.

매년 성탄절은 참으로 좋은 핑계가 됩니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적(敵)과 같은 측에게도 손을 내밀어 볼 수 있습니다. 징글벨, 축복과 감사의 시즌입니다. "K부장님 울면 안 돼요. " 울면 선물을 안 주신답니다.

고기완 사회부 차장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