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ED TV는 올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200만대가 넘게 팔리며 전 세계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가 이 제품을 내놓은 시기는 지난 3월 말.삼성은 세계적 금융위기가 정점에 있는 상황에서 기존 LCD TV보다 훨씬 비싼 LED TV를 출시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승부는 3㎝가 채 안 되는 얇은 두께의 초슬림디자인과 '하이퍼 리얼 화질'이라고 부르는 선명한 화질,그리고 절전형 기술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TV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리더로서 침체돼 있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판단해 출시 시기를 3월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소니 파나소닉 등 경쟁업체들은 기습공격을 당한 셈이었다. 미처 이에 대응할 상품을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변변한 경쟁자가 없는 미국 시장에서 상반기 삼성전자는 LED TV시장 점유율 97%를 기록했고 9월 말까지 세계 시장에서 120만대를 팔았다. 연말까지 250만대 판매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 LED TV가 성공한 것은 철저한 시장조사와 제품개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삼 성전자는 불황이 정점을 향해 달리던 작년 하반기 미국 등의 시장에서 프리미엄 소비자군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초슬림,고화질 LED TV가 기존 LCD TV보다 700~800달러 정도 가격이 높아도 제품을 살 수요군이 충분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풍부한 색의 스펙트럼과 섬세한 빛 조정으로 70~90%에 머물렀던 일반 TV의 색표현력을 90~130%까지 끌어올려 자연광 수준의 화질을 구현했다. 이와 함께 '삼성 LED 하이퍼리얼 엔진''크리스털 블랙 패널' '내추럴(Natural) 화면 모드' 등 독자적인 화질기술을 탑재해 실물을 직접 보는 듯한 선명한 화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디자인면에서는 손가락 두께에 불과한 29.9㎜ 두께의 '핑거슬림(Finger Slim)' 디자인을 구현해 가뿐하게 벽에 걸 수 있도록 만들었다. 40인치 TV가 14㎏에 불과해 와이어 하나로도 액자처럼 손쉽고 간편하게 벽에 걸 수 있도록 했다.

친환경도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였다. 삼성 관계자는 "LCD TV와 가격 차이는 4,5년만 쓰면 전기료 절약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은,납 등 유해물질과 TV프레임 제작에 쓰이는 유독성 스프레이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또 소비전력과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기존 LCD TV의 절반으로 낮춰 '진정한 친환경 TV'임을 강조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