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매년 설날(춘제) 바로 전날 국영 CCTV를 통해 춘제완후이(春節晩會 · 춘완)란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인기 스타와 예술인들이 총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은 설날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엔 '짝퉁 춘완'이 방영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비주류 연출가와 예술인들은 물론 비슷한 외모를 가진 짝퉁 스타들이 출연할 예정이었던 '짝퉁 춘완'은 인터넷 생중계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당국의 허가라는 장벽에 막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춘제에는 '짝퉁 춘완'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20일 정부가 '민간 춘완'이란 이름으로 '짝퉁 춘완'의 개최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가짜를 뜻하는 '산자이(山寨)'가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은 셈이나 마찬가지다.

'짝퉁 춘완'뿐 아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유명 가수그룹인 소녀시대나 빅뱅을 본뜬 '아이돌 걸스'나 '오케이 뱅'이 등장했다. 의상 노래 뮤직비디오 등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 중국의 여배우 판빙빙 등을 흉내 낸 산자이 스타들은 많지만 외국의 유명인들을 베낀 것은 드문 일이어서 산자이 스타의 국제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중국 내에서 산자이가 하나의 문화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짝퉁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나름 존재 이유가 있다. 한국도 한때 일본이나 미국 것을 모방하는 데 급급했고 이를 통해서 기술력을 축적했다. 중국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면 크게 비난할 입장이 못 된다. 하지만 적어도 가짜나 짝퉁을 문화로 인정하고 이를 양성화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산자이란 중국 말이 도둑의 산속 본거지라는 말에서 따온 것만 봐도 범죄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중국에선 산자이란 접두어를 사용한 산자이패션 산자이학회 산자이상점 등이 넘쳐난다.

남의 것을 베껴서 자신의 것인 양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더구나 많은 돈을 투자해 힘들게 개발한 기술을 베끼는 건 절도 행위다. 짝퉁을 인정하고 이를 하나의 문화로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