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다. ' 장세일 회장이 즐겨 쓰는 고사성어 중 하나다. 경북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58학번)를 나온 장 회장은 학업성적도 뛰어난데다 축구 농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스포츠에도 능해 '팔방미인'으로 불렸다.

그는 통신장교(ROTC 1기)로 제대하자마자 대한석유공사에 입사,이후 SK에너지에서 퇴직할 때까지 19년간 석유화학 플랜트 엔지니어로 살았다.

그가 기술을 항상 강조하는 것도 이런 경력과 관련성이 높다. 전 직원 340명이 기술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기술우선주의' 경영방침의 결과다. 덕분에 최근 조달청 입찰에서도 경쟁 업체보다 훨씬 높은 직원역량 평가를 받아 납품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에 대한 회사 안팎의 평가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목표가 정해지면 끝까지 관철시키는 집중력과 추진력'이다. 부인인 서영자씨(목사 · 신학박사)는 "한번 책을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면 누구보다 빨리 손을 터는 것도 장 회장의 또 다른 강점이다. 그는 "빠른 포기도 훌륭한 전략"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서울공대 동기동창인 유익선 일성 부사장이 그를 '타고난 리스크 매니저'라고 부르는 이유다.

장 회장에게 기업의 존재가치에 대해 물었다.

"사회에 기여하는 게 기업의 본질입니다. 국가에 기여하려면 수출밖에 없죠.기독교 신자인 저로서는 하나님의 뜻에 모든 걸 맡기고 있습니다. "

복지재단을 만들어 사회봉사에 나서겠다는 구상도 오래전부터 해왔다. 사재 30억여원을 들여 교회를 지은 뒤 회사 직원들과 지역사회를 위해 내놓은 것도 이의 일환이다. 회사에 사장,전무로 들어와 있는 두 아들에게도 이미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자식이라고 해서 회사를 꼭 물려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물론 롤모델은 세계적 건설회사인 미국의 벡텔이죠.60대 후반인 1세대 창업자와 40대인 2세대 간의 조화가 잘 이뤄져 의사결정이 한템포 빠른 게 이 회사의 특징입니다. 세대 간 균형과 조화,그게 바로 지속가능한 미래 기업경영의 기본이라는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