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흩뿌린 비가 그친 뒤라서일까. 창녕 옥천계곡에 안개가 짙다. 왕방울만한 눈망울의 석장승 부부를 오른쪽에 두고 관룡사와 관룡사 서쪽 관룡산(739.7m) 정상께의 용선대로 향하는 길이다. 관룡사 명부전에서 480m.굴곡진 산길이 미끄러워 조심스럽고,쌀쌀한 아침공기는 이내 숨을 헐떡이게 만든다. 용선대 위로 오르는 두 길 높이의 수직 바위틈에 발을 딛기 전 한번 크게 숨을 고른다.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Take 1 반야용선의 선장

용선대는 관룡산 정상께에 불쑥 튀어나온 커다란 바위덩어리다. 여러개의 바위가 한데 뭉쳐 있는 모습인데 뜻밖에도 윗면이 편평하다. 원래 한몸바위였는데 비바람에 깎이고 나무뿌리에 파이면서 틈이 생겨 갈라진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바위 앞쪽에 석불이 좌정하고 있다. 관룡사 용선대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295호)이다. 대좌와 불신을 합해 전체 높이가 3m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 팔각형 연꽃무늬 대좌에서 확인된 명문으로는 통일신라 초기인 722년 무렵에 조성된 불상이라고 한다.

도대체 왜 이 높은 산정의 바위에 불상을 모셨을까. 김량한 문화관광해설사는 "용선대의 용선은 반야용선(般若龍船)을 뜻한다"며 "이 자체가 노천 법당"이라고 말한다. 반야용선은 중생이 사바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인 피안의 극락정토로 건너갈 때 타고 간다는 상상의 배다. 공포나 계단 소맷돌에 용머리와 용꼬리를 장식해두는 법당이 곧 반야용선으로,불자들이 부처와 함께 타고 가는 배의 선실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용선대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에서 보면 용선대 바위 전체가 정말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는 배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수인인 항마촉지인을 한 불상은 과연 그 배의 진로를 지휘하는 늠름한 선장격이다.

반야용선에 올랐다는 생각에서인지 주변 풍광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까마득히 낮은 옥천계곡의 안개가 엷어지며 산허리에 구름으로 걸쳐지는 모습이,온갖 분별과 망상으로 오리무중인 사바세계를 건너 피안에 닿기 직전인 듯한 느낌을 준다. 한가지,불상의 방향은 틀어졌다고 한다. 원래는 남향인 산 아래 마을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용선대의 평면 비례를 보면 그게 맞는 것 같다. 일제 때 지금처럼 동향으로 놓였다는데 정확히 언제 누가 그랬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중생을 굽어보고 구제한다는 의미에서는 인가가 보이는 남향이 맞을 법하다. 반야용선을 이끄는 선장이라고 보면 배가 진행하는 방향인 동쪽을 향하고 있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Take 2 1억4000만년의 습지

창녕 길에서는 우포늪을 지나칠 수 없다.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연내륙습지다. 강원도 인제 대암산 용늪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1998년 람사르협약에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우포는 소가 누워 물을 마시는 형상의 마을이 있는 소벌(우포),물이 범람할 때 나무가 많이 유입되는 나무벌(목포),모래가 쌓이는 모래벌(사지포) 그리고 따로 떨어져 작은 쪽지벌 등 4개의 습지를 통칭해서 말한다. 물을 담고 있는 면적은 축구장 210개 크기인 2.3㎢ 이며 생태·경관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인근 8.5㎢ 지역을 아우른다. 이 우포늪 형성의 역사는 1억4000만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늪에 제방을 쌓아 논밭을 일구려는 목적으로 야산을 절개하던 중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의 나이로 추정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늪이라면 발이 푹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진흙밭이어야 맞는 게 아닌가. 혹시 늪이 아니라 호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겠다. 겉으로 봐서는 늪과 호수를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늪과 호수를 구분하는 기준은 물의 깊이라고 한다.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민물이든 바닷물이든,흘러가든 고여있든 물 깊이가 6m이하면 모두 늪(습지)이다.

우포늪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주는 원시자연 그대로를 보여주는 곳이어서 소중하다. 350여 종의 생물이 이 우포늪에 기대어 살고 있다고 한다. 요즘의 주인공은 철새다. 우아한 고니와 껑충한 중대백로,쇠기러기와 오리무리가 화려한 비상을 보여준다. 나무벌제방에서 마주하는 일출풍경은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창녕=글 사진 김재일기자 kjil@hankyung.com

▶여행 Tip

서울에서 영동고속국도 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국도 창녕 나들목~24번 국도~화왕산군립공원·우포늪.부곡온천관광특구는 영산 나들목에서 내려서 79번 국도를 탄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창녕(5회),부곡(4회)행 시외버스가 출발한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내려 서부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30분~1시간 간격으로 떠나는 창녕행 버스를 탄다.

관룡사와 용선대,우포늪에 꼭 들러야 한다. 교동고분군(사적80호),창녕석빙고(보물310호),창녕신라진흥왕척경비(국보33호),창녕술정리동3층석탑(국보34호),창녕박물관은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도리원(055-521-6116)의 사찰음식을 알아준다. 대나무통밥과 전통 약초장아찌를 맛볼 수 있다. 대나무통밥 1만원.대나무통밥+흑돼지는 1만3000원.일품한정식(055-532-5313)의 한정식이 깔끔하다. 2인 이상 1인당 1만~2만원.창녕대가(055-532-3301)의 한우요리도 괜찮다. 한우모둠 150g에 1만5000원,한우모둠 스페셜은 2만2000원.

온천도 즐겨보자.부곡 온천은 유황이 함유된 약알칼리성 온천수다. 전국 온천지구 중 가장 뜨거운 최고 78도의 수온을 자랑한다. 호텔 객실 난방도 온천수로 한다. 부곡로얄관광호텔(055-536-7300),부곡하와이관광호텔(055-536-6331)등의 호텔과 모텔이 부곡에 많다. 창녕군청 생태관광과(055)530-2521,www.cng.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