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 야간행군, 1박2일 동안 100㎞ 걷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은행에 입사한 신입 행원들이 합격의 기쁨을 채 누릴 새도 없이 겪어야 하는 연수 내용이다.

올해 은행권 공채 시즌이 끝나면서 은행 연수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돈을 만져야 하는 직업인 만큼 정직성과 강한 정신력을 키울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은행권 신입 행원 연수는 혹독하기로 악명높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소속 계열사 신입직원 공동연수를 시행한다.

이날부터 19일까지 1박2일간 진행되는 공동 연수에는 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및 우리투자증권 신입직원 330여 명이 참여한다.

우리금융 본사에서 오리엔테이션과 이팔성 회장의 특강을 마치면 강원도 오대산 인근으로 이동해 야외훈련을 할 예정이다.

특히 강원도 오대산에서 양양 하조대 해수욕장까지 33.3Km 구간을 11시간가량 야간행군하는 것이 이번 연수의 하이라이트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와 의료진도 동행한다"면서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대부분 참가자가 낙오하지 않고 훈련을 무사히 마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도 오는 21~31일 경기도 기흥에 있는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각 계열사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공동 연수를 진행한다.

연수 참가 대상은 은행 344명, 카드 57명, 금융투자 88명, 생명 26명, 캐피털 8명, 자산운용 5명, 신용정보 5명, 데이터시스템 15명, 아이타스 16명 등 총 564명이다.

22일 오전에는 신상훈 사장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돼 있으며 공동체 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구호와 노래, 동작 등을 배우는 시간도 갖는다.

새벽 6시에 출발해 밤 12시까지 18시간을 걷는 오대산 35㎞ 산행 훈련도 거쳐야 할 필수 코스다.

국민은행은 21일부터 8주간 신입행원 330명이 참여하는 신입 연수를 시행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1박2일 동안 충남 당진 왜목마을에서 천안연수원까지 100㎞를 걷는 `지옥 레이스'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도전, 인내, 성취 3구간으로 나눠 각 구간이 끝날 때마다 이벤트를 열어 신입행원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진행된다"면서 "금융위기 속에서 은행간 무한경쟁을 이겨낼 수 있도록 강한 정신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신입행원들은 한 달간의 연수를 마치고 이날 사령장을 받아들었다.

이들도 연수 기간에 강원도 오대산에서 양양 하조대까지 도보 등반 및 행군 행사를 진행했다.

또 약 20시간에 걸쳐 직접 영업점에서 수신, 여신, 고객 역할을 해보는 종합실습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