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을 타고 내려와 머리맡 양말 속에 선물을 넣고 가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이 환상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됐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는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가족,연인,직장 동료 등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어지는 때다. 받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선물이지,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한다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엣지(edge)'가 아니라 '엔지(NG)'가 되고 만다. 이번 크리스마스 당신의 품격을 높여줄 선물 아이템을 살펴보자.

● 펭귄 문고

초스피드 인터넷 시대에 세상에 나온 지 70년이 훌쩍 넘은 문고판 도서를 선물 리스트 최상단에 올려 놓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유럽의 빈티지 시장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펭귄북스는 '지식의 대중화' 측면에서 지대한 기여를 했다.

1935년 영국 빅토리아 왕조의 출판업자 존 레인의 조카 앨런 레인이 창간한 염가본 문고인 '펭귄 문고'는 대중들이 수많은 대문호의 작품을 접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웅진출판사를 통해 전집이 발간되기 시작했다. 만약 지금부터 무언가 컬렉터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면 펭귄 문고의 수집가가 될 것을 '강추'한다. 자칫 서재의 장식품으로 전락하기 쉬운 고급 양장본보다 당신의 정신세계를 훨씬 살찌워 줄 것이다. 권당 9000원 안팎으로,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 카드 게임

'에르메스'는 근엄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지만,사실 그만큼 '유쾌함'을 지향하는 브랜드도 많지 않다. '에밀 에르메스 컬렉션 메모리 게임'이 좋은 예다. 에르메스 본사 매장의 주소인 '24 Faubourg'를 상징해 24장의 카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카드로 할 수 있는 게임의 룰 또한 간단하다. 카드를 나열해 2장씩 골라서 뒤집는다. 같은 카드 2장을 동시에 뒤집은 사람은 해당 카드를 가질 수 있으며,이런 식으로 마지막에 카드를 가장 많이 확보한 사람이 이기게 된다. '카드가 무슨 선물이 되겠어' 하겠지만 의외로 받았을 때 흐뭇한 선물 아이템 중 하나다. 물론 에르메스란 '명찰'을 달고 있으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24만원.

● 코르사주

비단결처럼 탐스런 그녀의 머리결을 위해 자신의 회중시계를 팔아 빗을 샀던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의 남자처럼,그녀의 심플한 리틀 블랙 드레스에 달아 줄 '코르사주'(여성의 가슴이나 앞어깨 등에 다는 꽃묶음 장식)는 어떨까. 용맹한 재규어가 표현되어 있는 '모그'의 코르사주는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이다. 드레스뿐 아니라 코트나 가방 등에 두루 포인트를 주기에 안성맞춤이다. 16만8000원.

● 가죽 장갑

사랑하는 아내에게 고급스런 가죽 장갑을 선물하는 건 당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저렴한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브리티시 룩이 강세인 올겨울엔 블랙보다는 고급스런 카멜 컬러 장갑에 눈길을 돌려보자.장갑을 선물하는 당신의 훈훈한 마음이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그녀의 손 온기를 지켜준다. 닥스 숙녀 제품 11만9000원.


● 클래식 DVD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도이체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설립 111주년 기념 한정판을 권할 만하다.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에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까지 도이체 그라모폰에 소속된 최정상 음악가들의 걸작을 추려 오리지널 앨범 표지가 그대로 재현된 CD음반 55장에 담았다. 푸르트벵글러의 1954년작 '돈 지오반니' 등 명연주 장면이 담긴 영상물 DVD 13장,엔리코 카루소,리하르트 슈트라우스부터 미샤 브루에거고스만,앨리스 사라 오트에 이르는 음악가 111명의 대표 트랙을 모은 CD 6장 등 총 3세트로 이뤄져 있다. YES24 기준으로 3세트를 합쳐 30만6000원.

● 크리스마스 샴페인

세계 3대 샴페인 하우스로 통하는 멈(G.H.MUMM)에선 연말연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특별한 디자인의 '멈 디너 재킷'을 선보였다.

샴페인 병에 꼭 맞게 재단된 재킷은 냉장고에서 꺼낸 순간부터 샴페인의 냉장온도를 두 시간이나 유지시켜 저녁시간 내내 최적의 온도에서 샴페인을 마실 수 있게 하는 비밀 무기이다. 12월 한 달 동안만 판매한다. 파티 분위기를 띄우는 데 필수 아이템 중 하나다. 8만5000원.

● 루이까또즈+올림푸스 펜

올림푸스의 '펜(PEN)' 시리즈는 올림푸스의 디자인 수준을 라이카나 콘탁스급으로 격상시켰다.

디지털 카메라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군침을 흘릴 만하다. 루이까또즈가 오직 펜만을 위해 내놓은 전용 케이스 덕에 카메라 백도 패션 아이템으로 대접받게 됐다. 루이까또즈 매장에서 살 수 있다. 네이비 컬러 케이스 31만9000원,와인 컬러 케이스 38만9000원.


김현태 월간 '데이즈드 & 컨퓨즈드' 패션팀장 kimhyeont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