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와의 1차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서울에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열렸다. 작년 11월 페루 리마에서 양국 정상 간 FTA 협상 절차를 개시하기로 합의한 후 타당성에 관한 민간 공동연구와 공청회 등 내부 절차를 거쳐 이뤄진 첫 협상이었다.

한국전 참전에 따른 역사적 특수 관계를 떠나 콜롬비아는 지난 1~2년 동안에 한국과 가장 빠르게 관계 발전을 이룬 국가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 1~2년 동안 양국은 투자보장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정 협상을 타결했다. 또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무소가 개설돼 중앙재활병원 건립 사업과 정보통신기술 국가계획지원 사업 등 각종 대형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SK나 한국석유공사 등 우리의 에너지개발 업체들이 10개의 콜롬비아 석유광구 탐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대서양과 태평양에 접해 있는 남미의 관문으로 면적은 우리나라의 12배에 달한다. 인구는 4500만명으로 중남미 국가 중 세 번째로 많다. 남미에서 가장 많은 석탄을 생산하고 있는 주요 자원 보유국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치안이 불안해 외국 기업들이 콜롬비아 진출을 기피했으나 지금은 치안이 안정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하이메 베르무데스 콜롬비아 외교장관은 한국과의 관계를 콜롬비아의 아시아 관계 모델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언급했다.

현재 양국 간 형성되고 있는 협력 모멘텀은 FTA 협상을 통해 더욱 증폭될 것이다. 콜롬비아와의 FTA 추진은 우리 상품의 시장 확대,에너지 자원 확보,콜롬비아 투자 및 사업 참여 확대,국가 브랜드 제고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앞서 칠레와 FTA 협상을 타결해 큰 이익을 봤다. 시장의 지배적 위치에 있었던 가전 제품은 물론이고 관세가 6%에 불과한 자동차 시장에서도 한국차가 1위를 차지했다. 콜롬비아의 경우 자동차 관세가 35%에 달해 FTA를 체결할 경우 이를 완화할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 차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얘기다.

한 · 콜롬비아 FTA가 체결되더라도 콜롬비아의 산업구조 한계 때문에 우리의 수입은 그리 많이 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수출보다 한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라고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자원개발을 비롯해 콜롬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인프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FTA가 가져올 전략적 협력 관계는 콜롬비아의 활용가치를 크게 높여줄 것이다. 국가 간의 관계에는 항상 도약을 위한 모멘텀이 있는데 한국과 콜롬비아 사이에는 FTA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된다. 조속한 협상 타결을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