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근 <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공학 >
[시론] 신성장동력으로 뜨는 전기엔진

최근 자동차업계의 화두는 단연 친환경 자동차다. 전기자동차는 고유가와 환경오염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다. 하지만 눈부신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순수 전기만으로 자동차를 운행하는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 전기차는 비싼 가격,배터리 기술,충전소 등의 인프라 문제로 개발 및 상용화가 쉽지 않다. 최근 순수 전기차의 중간 단계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각광을 받고 있다. 전기와 휘발유를 병행해 사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전기엔진은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휘발유 엔진이나 디젤엔진보다 먼저 개발됐다. 이미 1830년대에 전기차가 발명돼 1920년대 이전에는 일부 부유층에 보급이 활성화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1920년대 들어 휘발유 가격의 하락과 내연기관의 대량생산으로 휘발유 자동차가 주종을 이루게 됐다.

고도 3만6000㎞의 적도궤도에서 운용되는 정지궤도위성은 위치유지에 많은 연료를 사용한다. 정지궤도위성의 수명은 탑재한 추진시스템의 연료량에 좌우된다. 통신방송위성과 같은 상용위성은 수명의 연장이 곧 수익과 직결된다. 위성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추진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돼 왔다. 전기엔진은 추력은 작지만 성능은 우수하다. 1960년대에 미국은 수백억원을 투자해 전기추진엔진을 연구했다. 하지만 실용화에 한계가 있어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전기엔진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수 메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위성에서 이런 전력을 얻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1990년대 들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적은 전력으로도 작동이 가능한 전기추진엔진이 개발돼 정지궤도위성과 우주탐사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위성에 사용되는 전기엔진은 화학추진제의 연소나 가스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충전입자를 이온화해 강력한 전기장 또는 자기장에서 빠른 속도로 가속시켜 그 반력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전기엔진을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높은 전력은 주로 태양에너지나 핵에너지를 이용한다. 이들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사용한다. 그러나 태양계에서 목성 넘어 행성을 탐사할 때 태양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토성 정도의 거리에서는 태양 빛이 지구에 들어오는 빛의 약 1% 정도만 받기 때문이다.

전기추진엔진은 위성의 이동을 위해 가장 적은 추진제가 소비된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추력이 너무 작아 장기간의 우주탐사 임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위성추진 기술인 이온추진시스템 등을 대체하고 있는 게 위성 선진국들의 흐름이다. 미래 우주탐사의 성공 여부는 신뢰성있는 추진시스템의 개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기추진엔진은 우주탐사의 신기원을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장기간의 이동이 필요한 행성탐사의 경우 기존의 화학로켓보다 효율적이다.

정지궤도위성과 우주탐사에서 전기엔진의 사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하지만 모터를 구동해야 하는 순수 전기차의 보급은 고비용과 기술의 한계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분간은 휘발유 또는 LPG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형의 전기차가 주류를 이룰 것이다. 물론 위성의 전기추진엔진처럼 조만간 기술과 인프라의 한계는 제거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실현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기술도 신성장 산업동력이 될 수 있다. 전기엔진은 한때 실패한 연구 개발이라도 기술의 성숙에 따라 재조명받을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지상에서도 우주에서도 전기엔진의 활성화는 우주산업을 포함한 관련 산업에 적지 않은 변화의 물결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제 겨우 갓 들어간 위성전기엔진 연구가 더욱 활성화돼야 할 이유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