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경제학 교과서를 처음 쓴 ‘폴 새뮤얼슨’ 타계
20세기는 그야말로 문명의 혁명기였다.

5000년 인류 역사에서 가장 변화와 발전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인구가 급증하고 과학기술의 혁신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학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8~19세기 일구어낸 성과들이 20세기 들어새로운 이론과 학문을 탄생시켰다.

경제학도 예외가 아니었다.

18세기 애덤 스미스로부터 시작한 근대 경제학은 수요와 공급을 내세운 신고전학파, 무역을 중시하는 리카아도 학파,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마르크스주의 등 여기저기서 지식의 편린들이 넘쳐 났다.

20세기 초판 정부 개입을 중시하는 이론을 편 케인즈 조차도 자신의 업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학계는 이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학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를 정리하기 위해선 학문의 방법론적 엄밀성 뿐만 아니라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경제학 지식들을 한 손바닥에 꿰는 해박한 통찰력도 필요한 것이었다.

이 때 나타난 학자가 바로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 1915~2009)이었다.

새뮤얼슨은 그동안 학계에서 복잡하게 이뤄져왔던 경제이론을 수식이나 통계를 활용해 간결한 모델로 만들었다.

효용이론이나 비용이론 선택이론 등 경제학 전반에 걸친 제 이론이 일목 요연하게 정리됐다.

경제학은 이로 인해 비로소 명료성과 엄밀성에 기반한 ‘과학’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는 또 경제원론을 집필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경제학 책으로 대중에게 영향을 미쳤다.

1948년 첫 출간이래 지금까지 19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장수하는 교과서가 됐으며 전 세계 27개 국어로 출간돼 약 400만부가 팔렸다.

그의 경제학 교과서가 발간된 이후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들은 그가 세운 목차를 거의 그대로 따랐다.

새뮤얼슨은 경제학의 학문적 방법론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논의의 엄밀성을 강조했다.

추리나 논증이 엄밀하지 않으면 마치 정신을 워밍업만 하는 수준이라며 비꼬았다.

철저한 논리 속에 수식이나 경제 방정식이 나와야지 이를 말로만 푸는 학자는 제대로 되지않은 경주를 하는 운동선수라고 지칭했다.

그 결과 그가 이루어낸 수학적 방법론, 계량학적 방법론은 경제학에서 벗어나 정치학 사회학 등 사회과학 뿐아니라 역사 등 인문과학에도 영향을 끼쳤다.

새뮤얼슨이 지난주 14일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22세에 박사학위를 받고 MIT에서 50년간 후학을 가르친 교육자이기도 한 그는 미국 경제에 어떤 관료나 대통령보다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현대 경제학의 흐름이 어떠한지 알아보자. 또 이번 기회에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할 책들을 살펴보자.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