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올해 또다른 100년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박용현 그룹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 22조원,영업이익 7500억원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엔 매출 24조원,영업이익 1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그룹 매출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중 · 장기 목표 대신 2020년까지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200대 기업에 진입한다는 새로운 비전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두산의 올해 성과는 세계 최대 격전지인 중국에서 뚜렸하게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자회사인 두산공정기계(DICC)는 올해 1만4000대 이상의 굴착기를 판매했다. 작년보다 16% 늘어난 규모다. 매출액으로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시장 점유율은 15.7%로 일본 고마쓰와 함께 1위를 달리고 있다.

원천기술 확보와 이를 위한 인수 · 합병(M&A)도 빛을 발했다. 지난 9월 체코 업체 스코다 파워(Skoda Power)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터빈 제조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스코다 파워 인수를 통해 보일러-터빈-제너레이터로 이어지는 '풀 라인업'을 구축,국내외에서 수행하는 발전설비 공사에서 그동안 외국 업체에 의존해온 터빈을 자체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원천기술 확보는 불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두산의 승부수다. 국내 굴지의 중공업 그룹으로 자리를 잡은 두산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담수설비(두산하이드로테크놀러지),발전소 보일러(두산밥콕),친환경 엔진(미국 CTI사)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인프라지원사업(ISB)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담수설비,보일러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한 두산중공업은 발전 분야로 눈을 돌려 지난해 이산화탄소 포집 · 저장(CCS)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캐나다 HTC사 지분 15%를 확보했다. 2013년부터는 강화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때문에 CCS 기술이 있어야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두산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추가 M&A도 준비하고 있다. 두산은 이 밖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풍력,연료전지 등 신 · 재생에너지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 분야에서 풍력발전과 연료전지 등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