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서비스 선진화를 위해 정부가 6년 넘게 추진해온 투자 개방형(영리) 의료법인 도입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서둘러 도입하자'는 기획재정부와 '부작용이 크니 더 논의해보자'는 입장인 보건복지가족부가 한치의 양보 의사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두 부처는 영리 병원 도입을 둘러싸고 2004년부터 끌어온 지루한 논쟁을 끝내기 위해 지난 5월 외부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겼다. 영리 병원 도입 필요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두 곳이 연구에 착수했다. 두 부처는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지 따르자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15일 발표됐다.

하지만 이날 발표문에는 두 부처를 대변하는 두 연구기관의 서로 다른 주장만 나열돼 있다. KDI는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효과가 크다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보건산업진흥원은 부작용이 우려스럽다는 데 주안점을 뒀다. 6개월간 또 허송세월을 보낸 셈이다.

두 부처는 용역 결과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해석을 내렸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용역 결과 도입 필요성은 이미 검증됐고 남은 과제는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의료법 개정의 주무부서는 복지부"라며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각종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료법 개정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입 원칙에서조차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이다. 두 부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또 한번 논란의 기폭제가 되자 이날 공동 브리핑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두 부처는 앞으로 공청회 등을 열어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했으나 팽팽한 입장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낮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지 않을 경우 해결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종태/김동민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