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SK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최태원 SK 회장은 "중국에서 성공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건 요원하다"며 중국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SK그룹은 이를 위한 그룹 전체의 조직개편과 신성장 동력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각 계열사를 아우르는 통합 법인도 조만간 출범시킬 전망이다.

SK그룹이 국내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쏟은 분야는 유시티(u-city) 사업이다.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유시티 사업은 △SK텔레콤의 국내 최대 통신 네트워크 △SK C&C의 시스템 통합 역량과 솔루션 구축 역량 △SK건설의 도시 내 기반 시설물 구축 역량 △SK네트웍스의 통신망 설계 역량과 서비스 설계 역량,도시 물류 효율화 역량 △SK에너지의 에너지,환경분야 도시 기반시설 구축 등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종합 비즈니스 영역이다.

지난 7월에는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IFEZ)에서 최첨단 미래도시 '투모로우 시티(tomorrow city)'를 일반에 공개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발주하고 SK그룹이 시공을 맡은 투모로우 시티는 2020년 IFEZ에 실제 지어지는 미래도시.이번에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유비쿼터스 시설을 압축해 놓았다. 여기에는 IT인프라와 정보서비스,토목 · 건축 기술,환경,의료서비스 등 첨단기술이 총망라돼 있다. SK그룹은 앞으로 유시티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계열사별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SK에너지는 자원개발과 수출,미래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았다. 우선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20여년간 꾸준히 투자해 온 자원개발에 투자 고삐를 늦추지 않음으로써 글로벌 메이저 기업처럼 석유개발 사업 비중을 높이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현재 16개국 34개 광구에서 활발하게 자원개발 및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5억2000만 배럴의 지분 원유를 확보하고 하루 지분 원유 생산량을 4만배럴까지 끌어올리는 등 석유개발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SK에너지는 2015년까지 지분 원유 보유량을 10억 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다. 10억배럴은 우리나라 전체가 1년 4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아울러 수출 확대를 통해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 공급을 극복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 경질유 중심으로 수출을 늘리며 수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2005년에 처음으로 수출액 100억달러를 넘어선 SK에너지는 지난해 150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기술 수출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제 마진 악화 등으로 수익성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기술 수출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지난 5월부터는 쿠웨이트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이퀘이트사가 진행 중인 연산 76만8000t 규모의PX(파라자일렌) 생산공정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시험 운전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엔 베트남 꽝 응아이시에서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이 준공한 베트남 최초의 정유공장의 운영을 담당하는 BSR사와 공장운영 및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SK에너지는 독일 다임러 그룹 글로벌 하이브리드 센터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쓰비시 후소(Mitsubishi Fuso)가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장착될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SK에너지는 다임러 측과 앞으로 2년간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SK에너지는 본격적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와 함께 그룹의 양대축인 SK텔레콤은 올해 50.5%의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초당과금제' 도입 등을 추진해 왔다. 내년에는 유통,금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동반성장을 통해 글로벌 ICT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