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치료도 가능한 차세대 자궁경부암 후보 백신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됐다.

김영봉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팀과 오유경 서울대 약대 교수팀은 자궁경부암의 예방 효과에 치료 기능을 더한 신개념의 자궁경부암 유전자 백신(AcHERV-HPV)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백신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백신(Vaccine)'인터넷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DNA를 곤충바이러스의 일종인 배큘로바이러스(운반체)에 탑재한 다음 허브프로테인(중간결합체)을 붙여 사람의 세포 안에 주입해 세포 내 리트로바이러스의 수용체와 결합시키는 방식의 자궁경부암 유전자백신을 개발했다. HPV의 DNA 운반체로 배큘로바이러스를 썼기 때문에 유전자 전달효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으며 사람의 체내에선 바이러스가 증식되지 않아 안전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새로운 유전자백신은 체내에서 HPV 항원을 분비해 항체생성에 따른 예방효과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HPV 감염 후 자궁경부암으로 악화되는 전암(前癌) 상태에서 HPV항원을 공격, 부분적인 치료효과가 있다.

자궁경부암은 세계 여성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암으로 주로 HPV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성 접촉을 통해 HPV에 감염된 후 오랜 잠복기를 거쳐 자궁경부암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감염 후 주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사가 필요하다. 다국적 제약기업이 개발한 '가다실'과 '서바릭스' 등 2개 예방백신이 나와있지만 HPV 감염 후에는 백신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6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게 단점이다.

김 교수는 "가다실과 서바릭스는 HPV의 일부 항원을 원료로 하지만 새 유전자백신은 HPV의 DNA를 담은 게 차별화된다"며 "쥐를 대상으로 효능을 비교 실험한 결과 유전자백신의 예방 및 치료 효능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코오롱생명과학과 공동으로 백신개발을 위한 전(前)임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