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기존 암 검진장비인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에 첨단 반도체 기술을 접목한 ‘반도체 PET’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반도체 PET는 기존 진공관 대신 ‘실리콘 광증배 방식의 광센서’를 이용한 반도체를 사용해 PET의 크기와 제작비용을 줄였으며 장차 개발할 PET-MRI(양전자방출-자기공명영상촬영)과 호환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용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핵의학과 교수팀은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3년간의 연구 끝에 국내 기술로 반도체 PET를 개발했다고 14일 발표했다.PET는 양전자를 방출하는 동위원소가 함유된 물질을 환자에게 주사한 뒤 외부 스캐너 장비를 이용해 몸속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기기로 주로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암이 전이됐는지，암치료 후 효과가 있는지，심혈관질환이 있는지 등을 판단할 때 사용된다.

이번에 개발된 새 PET 장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핵영상의학에 국내 첨단 반도체 기술을 접목했다는 점이다.기존 PET는 부피가 크고 수작업으로 만들어야하는 진공관으로 영상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제작비용이 높았으면 PET-MRI를 개발하는데에도 기술적 제약이 많았다.이에 비해 반도체 PET는 진공관 대신 반도체를 사용함으로써 부피가 작고 제작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영상의 품질도 나아졌다.

현재 최 교수팀이 만든 PET는 직경 330㎜ 규모여서 기존 장비처럼 전신을 촬영할 수는 없고 뇌영상 촬영 등에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하지만 이를 전신 촬영용으로 확대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특히 이번 제품에 들어간 의료용 광센서 반도체는 외국산이 사용됐지만 향후 PET-MRI 등으로 확대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제품 개발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세계적 의료기 회사들도 PET-MRI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번 제품 수준의 기술적 성과를 보인 곳은 아직 없다”며 “PET-MRI 개발 경쟁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그는 수년안에 국제경쟁력 있는 일체형 PET-MRI 개발을 마치면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전세계 PET 의료기기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개발 성과는 최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2009년 국제전기전자학회 의료영상컨퍼런스’에 프리미엄 논문으로 채택됐으며 연구팀은 국내외에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