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수다'로 13년 만에 연극 무대
김민희 "엄마가 된 똑순이의 추억 나눠요"
"외모로 성공하는 배우도 있고 연기력으로 성공하는 배우도 있죠. 저는 추억으로 함께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어느새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배우 김민희가 드라마 '달동네'의 귀여운 딸 똑순이가 아닌, 한 아이 엄마의 모습으로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연극열전3'의 두번째 작품으로 18일부터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엄마들의 수다'는 그가 10살 난 딸을 둔 엄마로서의 경험과 추억을 관객들과 나누는 무대이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똑순이로 커가는 모습, 결혼하고 엄마가 되는 과정을 함께 한 사람들에게 좋게 기억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추억을 함께하는 배우가 되는 꿈이 있기에 조급하지 않아요."

한때는 똑순이라는 캐릭터가 굴레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리게 보는 시선이 고맙다고 말할 만큼 아줌마다운 여유도 생겼다.

"예전에는 저를 어리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선입견이 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고마울 따름이죠. 저 역시 아이가 커가면서 스스로 거부하려고 해도 입만 열면 아줌마다움이 배어나거든요."

이번 연극은 결혼부터 출산, 육아까지 실제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거침없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 1993년 캐나다 초연 이후 세계에서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주부들이 친구를 얻은 것처럼 편안하게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가짜가 아닌 진짜 재미가 있는 이야기고요. 하지만 공연이 끝나면 감동을 가지고 갈 수 있죠."
김민희 "엄마가 된 똑순이의 추억 나눠요"
1978년 아역 배우로 데뷔해 연기 인생 32년째를 맞은 그는 '애자 언니 민자'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연극은 1996년 '어머니' 이후 13년 만이다.

가수 최백호 등에게 보이스 트레이닝을 받고 직접 쓴 대본으로 제작까지 생각할 정도로 최근 그는 연극과 뮤지컬에 푹 빠져 지냈지만 선뜻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13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그동안 좋은 기회인데도 내가 보여 드릴 게 없다는 생각에 무대에 서지 못한 작품도 많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편하고 내 몸에 맞는 옷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본을 80-90% 완성했는데 배우로 먼저 무대에서 몸을 풀게 됐네요. 원래 굉장히 신중하게 작품을 결정하는 스타일인데 큰 스트레스 없이 내 생각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두 시간 만에 한다고 했어요."

그가 제작을 준비하던 작품은 자칭 '코믹 로맨스 세미 뮤지컬'로, 자기 삶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뭔가 할 수 있다는 기회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번 무대를 계기로 여세를 몰아 직접 출연도 생각 중이다.

"겁 없이 시작했는데 연극은 편집이나 NG 없이 해야 하니 역시 힘들어요. 타성에 젖어 있었는데 연극으로 저를 다시 비우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번 공연에서 저를 정말 좋아하게 되는 팬이 단 10명만 생겼으면 좋겠어요. 30년 동안 볼만큼 본 저를 대학로까지 와서 봐주신다는 것은 배우로서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기분 좋은 일이죠."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