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낙원, 태국 크라비

스피드보트며 롱테일보트가 하나둘 모여든다. 배 위의 사람들은 모두들 서둘러 스노클링 장비를 챙긴다. 구명재킷을 단단히 여미고 숨대롱이 달린 수경의 길이 조절끈을 머리 뒤로 꽉 조인다. 그런 다음 커다란 오리발을 신고 물속으로 풍덩!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닷속에는 줄무늬도 선명한 열대어들이 떼를 지어 기다리고 있다.

Take 1 열대어와 춤을

보트 위에서 던져준 식빵 조각 냄새를 맡았는지 주변의 모든 열대어들이 일시에 쏜살처럼 달려든다. 그 속도를 못이긴 듯 구명재킷에 부딪히거나 맨살 부위를 톡톡 치며 지나가는 느낌이 야릇하다. 신혼여행 중인 듯한 여성들도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들고 가는 비명을 지르며 깔깔댄다.

태국 남부의 해변 휴양지 크라비에서의 아일랜드 호핑투어가 정말 새롭다. 각도에 따라 수탉이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도 보이는 닭섬 뒤편의 스노클링 포인트는 크라비의 해변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크라비 해변은 '육지의 고도(孤島)'라고 할 만큼 한갓진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반면 닭섬 뒤편의 스노클링 포인트는 그 투명한 물색과 열대어에 대한 놀라움 가득한 비명과 웃음으로 달떠 있다. 뭍의 해변이 너무나 조용하고 한가로워 자칫 무료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준비한 '깜짝쇼'라고나 할까.

그러나 크라비는 역시 아일랜드 호핑투어까지도 조용하고 느긋하고 여유로워야 어울린다. 스노클링 뒤에 들르는 자그마한 탑섬은 아예 시간이 멈춰 선 곳 같다. 나무 그늘에 비치타월을 깔고 누워 오후의 열기를 즐기는 남녀의 모습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다. 쌍쌍이 손을 잡고 곱디고운 산호 모래사장을 거니는 연인과 부부의 모습은 또 어떤가. 마치 영화 속 슬로모션을 보는 것처럼 시간 감각이 사라진다. 탑섬은 썰물 때 바로 앞 작은 섬과 모래톱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바다가 얕아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사유지인 포다섬은 좀 크고 개방적이다. 탑섬처럼 모래사장은 물론 숲 그늘도 좋아 낮잠을 자며 선탠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Take 2 은밀한 해변에서의 오후

크라비의 이름난 해변은 보트를 타고 들어간다. 깎아지른 듯한 석회암 절벽이 이들 해변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육지 속의 섬'이라고 할 만하다. 크라비 해변의 얼굴 격인 아오낭해변 남쪽의 프라낭해변이 대표적이다. 신혼여행객에게 인기 있는 라야바디 리조트가 이 해변에 접해 있다.

프라낭해변은 한쪽 끝자락의 석회암 절벽이 기묘하다. 끝이 날카로운 고드름 같은 일종의 종유석들이 매달려 있다. 그 아래쪽에 깊지 않은 해식동굴이 있다. 동굴의 모랫바닥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여러개의 거대한 남근 모형이 박혀 있다. 난파를 당해 수장된 두 명의 공주에 대한 전설이 전해진다. 한 어부가 꿈에서 이들 공주를 보고 나무로 남근을 깎아 바친 뒤로 고기가 잡히기 시작,어부들이 신성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삼척 해신당공원에 전해내려오는 설화와 비슷하다. 해식동굴 옆 절벽에서는 암벽타기를 해볼 수 있다. 안다만해의 붉은 노을을 즐기기에도 좋다.

아오낭해변의 센타라 리조트도 신혼여행객들이 좋아하겠다. 거대한 석회암 절벽이 든든하게 뒤를 지키고 있는 전용해변이 그림 같다. 해변에서 절벽으로 이어지는 숲은 하늘을 가릴 정도여서 어디서나 둘만의 은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크라비(태국)=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 TIP

크라비는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남쪽으로 814㎞ 떨어져 있는 휴양지다. 안다만해를 사이에 두고 태국에서 가장 큰 푸껫 섬을 마주보고 있다. 편안한 휴식을 즐기려는 허니무너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섬은 아니지만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그림 같은 해변과 그 해변에 어울리는 고급 리조트가 많기 때문이다. 프라낭해변의 라야바디 프리미어 리조트(www.rayavadee.com)가 대표적이다. 센타라 그랜드 비치 리조트&빌라(www.centarahotelsresorts.com)도 손꼽힌다. 타이 빌리지(www.krabithaivillage.com)와 소피텔 크라비 포키트라 골프&스파 리조트(www.sofitel.com)도 근사하다. 물론 방갈로 같은 저렴한 숙소도 많다.

아오낭해변이 크라비 관광의 출발점이다. 아일랜드 호핑 투어를 빼놓을 수 없다. 텁섬,치킨섬,포다섬,프라낭동굴을 구경하는 '4아일랜드 투어'는 어른 1인당 1200바트.홍섬,래딩섬,팍비아섬을 둘러보는 '홍아일랜드 투어'는 1500바트.아오낭해변에서 45분 걸리는 피피섬 투어는 1800바트 정도다.

11월부터 4월까지가 건기로 여행하기 좋다.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통화단위는 바트.요즘 환율은 현금매입 기준 1바트에 36원 선이다. 인천공항에서 크라비행 직항편은 없다. 방콕에서 국내선을 타고 들어간다. 인천~방콕은 6시간가량 걸리며 방콕~크라비는 1시간20분 소요된다. 태국정부관광청 (02)779-5417,www.visitthaila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