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세진씨(32)는 '팸셀 메일지기'로 통한다. 각 브랜드에서 실시하는 '패밀리세일' 초대장을 입수,주변 친구들에게 정기적으로 배포해주고 있기 때문.보통 7~10개의 초대장을 한꺼번에 보낸다. 이렇게 전해진 초대장은 친구의 친구 등을 거쳐 순식간에 수백 명에게 확산된다.

올해 패션업계에서는 '패밀리세일'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패밀리세일은 사원 복지 차원에서 직원 가족들과 VIP 고객을 위해 이월상품을 50~90%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다. 그동안은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소규모로 진행해왔으나 올 들어 대형 매장에서 공개적으로 열리는 '퍼블릭(대중) 세일'로 자리잡았다.

두산의류BG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미국 캐주얼 브랜드 '폴로'는 '패밀리세일족'의 인기 브랜드다. 보통 시즌오프 세일(해당 시즌이 끝난 세일) 이후 한두 차례 열지만 올해는 네 차례(1 · 3 · 6 · 10월)나 개최했다. 유행을 타지 않는 품목이 많아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 LG패션도 여성복 중심으로 세 차례(5 · 9 · 11월) 실시했다. 연초 인수한 바네사브루노,이자벨마랑,질스튜어트,조셉 등 수입 여성복들의 재고 처리가 주된 목적이었다.

패밀리세일의 단골장소인 프리미엄 아울렛 '하이브랜드'에선 지난해 6회였던 패밀리세일이 올해는 두산(폴로) 아이올리(매긴나잇브리지 · 에고이스트) SK네트웍스(타미힐피거 · DKNY · 클럽모나코) 앤클라인 등 9회로 늘어났다.

주요 브랜드들이 패밀리세일에 나선 것은 지난해 소비 부진으로 재고가 눈덩이처럼 쌓였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은 초대형 장소에서 물량 공세를 펼쳐 고객을 끌어 모았다. 보통 일주일 정도 진행되는 세일 기간 중 매출은 5억~15억원에 달한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