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렇게 두 손을 모으고 깡충깡충 뛰어야 해요~.야옹 야옹 소리도 내고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수서동에 있는 수서명화복지관 3층 강의실.초등학생들과 미취학아동 20여명이 강사의 설명에 귀를 쫑긋 기울이며 하나하나 동작을 따라했다. 손짓은 서투르지만 열의는 대단했다. 복지관 강의실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면 이렇게 노래소리로 떠들썩하다.

현대백화점이 사회공헌활동으로 펼치는 '공부방 지원사업'의 일환인 '영어뮤지컬' 강좌가 열리기 때문이다. 대상자는 이런 기회를 좀처럼 접할 수 없는 저소득층 자녀들. 전문 강사들이 영어 뮤지컬을 가르친다. 백화점 직원들도 시간이 날 때마다 보조선생님으로 동참한다.


◆꿈과 희망이 노래를 부른다

영어 뮤지컬 강좌는 2007년부터 현대백화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 백화점은 강의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다. 직원들도 월 1회씩 참여해 수업을 보조하고 강의실을 청소한다. 이날은 손지영씨 등 직원 3명이 함께했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와 율동을 따라하고 지도도 해 줬다.

손씨는 "고양이 손처럼 포즈를 취하고,아이들과 함께 동요를 부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봉사활동을 나오면 남을 돕는 것에 대한 보람도 있지만 나 자신도 아이들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한 시간 동안 수업을 들은 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보영 어린이(4)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함께 피아노도 치고 춤도 추니 너무나 좋다"며 해맑게 웃었다.

◆'교육기부'로 미래 희망을 키운다

현대백화점은 2006년부터 백화점 문화센터와 연계해 수서 명화복지관과 같은 지역 공부방 20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초등학생 324명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공부방 운영자금 지원은 물론 30~40명의 백화점 직원 봉사단이 매달 한 차례씩 방문해 어학이나 수학,음악 등을 가르친다. 다른 직원들은 공부방을 청소해 주고 각종 시설을 보수해 준다.

백화점 문화센터와 연계한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문화센터 강사들이 직접 공부방을 찾아가 '과학꿈나무 과학교실','바둑교실','제대로 독서법' 등 교양강좌부터 '생각을 키우는 미술심리','재즈댄스','방송댄스' 등 문화강좌까지 공부방 아이들이 소양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강좌를 실시한다. 2007년부터는 서울 신림동의 '신림지역 공부방 연합회'와 연계해 5개 공부방에서 생활하는 40여명의 아이들에게 저녁 도시락을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 축구교실도 열고 있다. 2007년부터 충북대학교와 함께 매년 150여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충북 어린이 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 윤영식 현대백화점사회복지재단 차장은 "연 1회 어린이 축구대회를 개최하고 K리그 관람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역축제 형식의 축구대회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순직 소방관 자녀 가운데 초 · 중 · 고교에 재학 중인 35명에게 매년 총 1억여원의 학자금을 지원하는 '파랑새 장학금'도 운영하고 있다.

◆공부방에서 초 · 중학교까지 지원 확대

현대백화점은 얼마 전부터 '방과후 학교'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운영하는 22개 방과후 학교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교육비를 지원해 주기로 한 것.전국 11개 점포에서 2개 학교씩,1인당 연간 30만~40만원에 달하는 방과후 학교 수업료를 지원한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당 연간 40명씩 총 880명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들 학생은 '영어 뮤지컬','풍선아트' 등 학교에서 실시하는 특기 적성 교과 프로그램을 학기에는 물론 여름 · 겨울 방학 기간에도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보다 다양한 방과후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백화점 문화센터와 연계해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기 적성 프로그램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경인지역 공부방 20곳에서 실시하고 있는 특기 적성 프로그램을 정규학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화센터 강사들이 직접 초등학교를 방문해 교육할 계획이다. 윤 차장은 "저소득층 부모들에게 학비와 함께 부담이 큰 교복 지원 사업도 벌일 것"이라며 "11개 중학교에서 10명씩 총 88명의 저소득층 중학생에게 교복과 체육복,가방,운동화 등 물품 일체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