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초대형 공모주들이 증시로 몰려든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IPO) 규모가 역대 최대치였던 3조8000억원(1999년)의 세 배에 가까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생명 공모 한 건만 해도 1999년 한 해 기록을 넘어선 4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한국거래소에 상장 신청을 해놓은 IPO 대기종목도 40여곳에 달하고 있는 데다 국내상장을 추진하는 해외기업도 15곳에 이를 것으로 보여 공모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 · 대한생명 상장이 하이라이트

내년 기업공개 시장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삼성생명이다. 내년 상장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남았지만 시장은 벌써 뜨겁게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상장 계획을 발표한 이후 삼성생명의 장외시세는 100만원을 훌쩍 넘겼고 삼성생명 지분을 가진 상장사 주가도 뜀박질했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로 기존 공모 대어급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덩치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결산법인인 삼성생명은 지난 9월까지 상반기 동안 6188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자기자본(자본총계)이 10조9053억원에 달한다.

단일 공모 규모도 사상 최대다. 시장에선 IPO 과정에서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차 채권단에 증여한 350만주가 구주 매출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신주 모집을 배제하고 공모가를 100만원으로 적용하면 공모 규모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생보업계 2위 대한생명도 만만치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내년 상장예정인 이 회사도 공모 규모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IPO 선정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기업가치를 7조~8조원대로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총자산 54조원(3월 말 기준)과 순자산액 3조6000억원,장기저축성 보험료 적립금액 33조원 등을 고려한 수치다. 대한생명은 애초 내년 9월께 상장이 예상됐지만 삼성생명 상장에 따라 되도록 상장시기를 앞당긴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대주주인 미래에셋생명도 5000억원 규모로 내년 IPO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 상장예정인 3개 생보사의 공모 규모만 6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대기 기업 40곳 달해

한국거래소에 상장 절차를 밟고 있어 내년 상장이 예상되는 대기종목군도 40여곳에 달한다. 국회에서 집단에너지사업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져 상장이 지연됐던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내년 1월21~22일 일반 청약을 거쳐 1월 말 상장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 8462억원에 영업이익 1229억원을 거둬들였으며 공모 규모는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주방용기를 만드는 락앤락도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상장 심사를 통과해 내년 상장이 유력하다. 밀폐용기로 유명한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587억원에 순이익 199억원을 벌었다. 공모 규모는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리콘웍스와 이연제약도 각각 지난 10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해 놓은 상태다. 실리콘웍스는 드라이버IC 등 디스플레이용 반도체부품을 생산하고 있고 작년 매출액 1252억원,순이익 237억원의 성과를 냈다. 이연제약은 항생제를 비롯한 전문의약품과 원료의약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 729억원,순이익 81억원의 실적을 냈다. 실리콘웍스와 이연제약의 공모 규모는 각각 700억원,4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장외 우량 건설사들의 상장도 기대되고 있다. 특히 포스코건설이 2전3기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건설은 작년 10월 공모 청약을 앞두고 공모 가격이 낮게 책정돼 상장을 전격 연기했다. 이 회사의 공모 규모는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건설도 상장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화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건설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1조7428억원,순이익 1355억원을 거둔 우량 건설사다. 같은 계열인 대한생명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있지만 업계에선 내년 하반기께 상장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케이블 유선방송국 사업자인 CJ헬로비전도 내년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기업 상장도 봇물

해외기업의 국내 상장도 내년에 잇따를 전망이다. 올해까지 국내 상장 해외기업은 총 10곳에 불과하지만 내년에는 한 해에만 15곳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 포장용 코팅백판지 업체인 차이나하오란리사이클링이 이미 코스닥 상장예심을 통과했고,미국 물류기업인 뉴프라이드와 중국 건강보조식품업체인 차이나킹하이웨이도 코스닥 상장 예심을 청구한 상태다.

특히 내년에는 뉴프라이드를 비롯해 미국기업만 최소 5개사 이상 국내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상장을 위해 대표 주관계약을 체결한 미국기업은 특허문서 관련 소프트웨어업체 이미지솔루션,통신업체 로커스텔레콤,할부금융업체 프라임비즈니스 등 7곳에 달한다. 한인 슈퍼마켓 체인으로 외형 규모가 적지 않은 H마트와 아씨마트도 각각 국내 상장을 타진하고 있다. 미국기업뿐만 아니라 영국기업인 엠비즈글로벌,라오스의 코라오그룹,베트남 기업인 미래JSC 등도 내년 상장을 추진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내년에 사상 최대 규모의 공모시장이 열릴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