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과 일부 충청권 토지시장에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내에 토지를 시세대로 팔아줄 경우 공인중개사가 매매가의 10%를 수수료로 요구하고,땅주인도 땅을 내놓는 시점부터 이를 용인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땅의 총 매매가가 1억원이라면 1000만원,10억원이라면 1억원이 공인중개사의 손에 떨어지는 셈이다.

수도권의 한 공인중개사는 "땅이 안 팔려 20%,30%까지 싸게 급매를 내놓는 상황에서 시세대로 팔아주는 중개사에게 땅값의 10% 정도를 인센티브로 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도대체 요즘 토지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어째서 땅주인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올해,늦어도 내년까지는 땅을 팔려고 하는 걸까. 토지와 관련한 세금 혜택의 변화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풀린다.


올해 정부는 경기 활성화의 일환으로 부재지주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다시 말해 토지 소재 지역이나 연접 시 · 군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소유한 땅이라 해도 올해 3월16일에 거래한 것부터는 양도세율이 60%가 아니라 35%를 적용받는다는 말이다.

여기에 상속을 받았거나,20년 이상 장기 보유 부재지주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올해로 끝난다. 2007년부터 부재지주를 장기보유특별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제도 시행 직전인 2006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20년 이상 땅을 보유했거나 상속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특별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는데,그 시한이 이달 말까지다. 또 땅을 팔고,두 달 이내에 거래신고를 하면 적용해주는 '자진신고 감면' 역시 올해 이후로는 폐지될 예정이다.


충남 서산시에서 1992년 상속받은 땅의 호가가 1억원에서 10억원까지 치솟은 사례(서울 거주 정모씨 소유)를 보면 이 같은 세금 변화가 나타내는 파급 효과를 알 수 있다. 정씨가 연내에 시가대로 토지를 매매할 경우 얻는 양도차액은 9억원.양도세 경감은 물론 장기보유특별공제,자진신고 공제까지 받아 정씨가 내야 할 양도세액은 2억343만원이다.

하지만 2주일만 지나도 상황은 달라진다. 해가 바뀌면서 정씨가 내야 할 양도세는 3억1133만원으로 연내 매매할 때보다 1억800만원 가까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양도세율은 올해 35%에서 내년 33%로 2%포인트 줄어들 예정이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와 자진신고 공제 폐지에 따른 결과다.

내년까지도 땅을 못판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세 감면이 내년 말이면 종료되는 까닭이다. 양도차익에 따라 2009년은 35%,2010년은 33%까지 부과하는 양도세율이 2011년 이후로는 60% 단일과세로 되돌아간다. 이 경우 정씨가 부담해야 할 양도세는 자그만치 5억9235만원.양도차익 9억원의 66%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올해 안에 땅을 팔았을 때와 비교하면 4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내년에 팔 때와 비교하더라도 1억8000만원 더 많은 세금을 무는 만큼 정씨 입장에서는 땅값이 2억원 오르는 것보다 내년 말 이전에 처분하는 게 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와 비슷한 부재지주들이 내년까지 땅을 내놓을 것이고,그 와중에 제값을 받고 땅을 팔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게 사실.그렇다면 방법은 없을까.

우리은행의 문진혁 세무사가 솔루션을 내놨다. 부재지주의 비사업용 토지를 사업용 토지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문 세무사는 "전체 보유기간 중 80% 이상을 사업용으로 활용하거나 매매 시점을 기준으로 5년 중 3년,혹은 3년 중 2년 이상을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며 농업활동 등을 하면 사업용 토지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이 경우 60% 중과세가 아니라 33% 일반과세를 받는 것은 물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2015년에 땅을 매매한다면 3년 전인 2012년부터 2년간을 땅이 있는 곳에서 거주하며 경작활동을 영위했다는 증거를 제출해 부재지주에게 가해지는 각종 세금 철퇴를 피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 세무사가 이야기한 대로 정씨가 자신의 토지를 사업용 토지로 인정받을 경우 정씨가 내야 할 양도세는 2011년 이후라고 하더라도 2억1332만원까지 떨어진다. 힘들여 올해 팔았을 때와 비교해도 1000만원 정도 세금을 더 내는 것이다.

정 세무사는 "이런 방법을 말씀드려도 '그 시골에까지 내려가 살아야 하나'고 반문하는 고객들이 있다"며 "2년간 살며 오랜만에 전원생활을 향유하며 절세 효과까지 누린다고 생각하면 일석이조 아니냐"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