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대부업체들이 국내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자산규모가 15조~20조 원에 달하는 일본의 '빅4' 대부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 업계에 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일본의 대형 대부업체가 출자한 메트로아시아캐피탈이 금융감독원에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사)로 등록 절차를 마쳤다.

메트로아시아캐피탈은 국내 창업투자회사인 아시아인베스트먼트캐피탈홀딩스가 41%, 일본 4위 대부업체인 다케후지의 미국 자회사(TWJ)가 39.1%, 한국증권금융이 1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케후지가 매트로아시아캐피탈의 소비자금융 부문을 담당하면서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케후지는 소액신용대출에 강점이 있는 한 대형 저축은행 인수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1, 2위 대부업체인 프로미스와 아코무도 역시 국내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몇 차례에 걸쳐 한국시장을 조사해갔다"며 "자신들의 자회사를 통한 한국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저축은행이나 여전사 인수 혹은 설립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대형 대부업체들이 대부업체로 등록하는 것보다 여전사나 저축은행을 통해 한국시장 진출을 원하는 것은 이미지 관리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선 여전사나 저축은행도 30~40%대 고금리 소액신용대출을 하고 있는데 굳이 이미지가 안 좋은 대부업체로 등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1998년 이후 중소형 업체를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해 현재 30여 개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재일교포인 최윤 회장이 설립한 러시앤캐시는 자산규모가 1조 원에 달하며 일본 산와그룹이 출자한 페이퍼컴퍼니인 유나이티드가 최대주주인 산와머니도 자산규모가 8천억 원 수준이다.

두 회사가 국내 대부업시장의 45%를 점할 정도로 이미 국내 대부시장은 일본계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일본의 빅4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이나 여전사를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 소액신용대출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웬만한 지방은행보다 큰 일본의 대형 대부업체가 일본에서 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무기로 소액신용대출에 나서면 급속히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며 "1998년 이후 일본계 중소형 대부업체가 국내 진출했을 때보다 파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형 대부업체들이 국내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자국 시장의 영업환경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일본 대부업의 이자 상한선은 내년 6월부터 연 29%에서 20%로 낮아진다.

이에 비해 국내 대부업의 이자상한선은 49%이고 제도권 금융회사인 저축은행이나 여전사도 40%대 고금리 신용대출을 하고 있어 일본보다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 셈이다.

실제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는 자산규모가 1조 원인데 연간 1천억 원 안팎의 이익을 내고 있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일본 대부업체가 소액신용대출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이 시장의 서민금융 지원기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일본 대부업체의 여전사나 저축은행 인수를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

여전사는 등록제이기 때문에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고, 저축은행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만 감독당국으로서는 요건에 맞으면 승인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 대부업체가 저축은행 인수를 신청했을 때 승인 여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며 "어떤 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인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신청이 들어온 이후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