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하나금융이 하나카드 자본 제휴에 합의한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국민 신한 우리 등 선두권 금융지주와의 자산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고,SK텔레콤은 통신시장의 회원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어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사의 합작을 통해 금융과 통신이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도 다수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카드 "연 240만 회원 유치 가능"


하나카드는 SK텔레콤과의 제휴를 성사시키면 선두권 카드사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하나카드는 현재 회원 수 560만명,취급액 기준 시장점유율 4%로 업계 7~8위에 머물러 있다.

6월 말 SK텔레콤의 회원 수는 2383만명,OK캐시백 회원 데이터베이스는 3000만명에 달한다. 이는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1400만명) 회원 수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하나카드가 5년 안에 국내 3대 카드사가 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운 것도 SK텔레콤의 고객 기반을 활용해 영업과 마케팅을 전개하면 회원 수를 급속도로 늘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매달 100만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 중 20%만 카드 회원으로 끌어들여도 하나카드는 연간 240만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카드의 회원 수 증가는 하나은행의 지급결제 계좌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내년 은행권 인수 · 합병(M&A)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하나금융으로서는 하나카드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늘리게 된 점도 의미가 있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동통신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과 이메일 송 · 수신은 물론 카드 결제 등이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일 경우 경쟁에서 한 발 앞서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던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의 협상이 최근 급진전된 데는 KT가 최근 아이폰을 출시해 큰 인기를 얻는 등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또 카드사의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5~20%에 달해 SK텔레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어떤 서비스 나올까

금융과 통신의 결합을 통해 탄생한 하나카드가 향후 선보일 서비스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그간 "통신업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카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강조해 왔다.

우선은 휴대폰에 신용카드 기능이 탑재된 모바일 카드 상품을 다수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모바일 카드는 기존의 플라스틱 카드에 비해 편리하고 안전하다"며 "카드 결제대금이 휴대폰 요금과 함께 지불되기 때문에 연체율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하나로 쇼핑 정보를 검색하고 할인쿠폰을 내려받아 물건을 구입하고 결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금은 이동통신사가 카드사의 가맹점 정보를 이용할 수 없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지만 제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가능한 서비스다.

예를 들어 서울 명동거리를 지나다가 점심식사를 하고 싶을 경우 휴대폰을 꺼내 검색하면 주변에 어떤 음식점이 있는지,각 음식점에서 어느 정도의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가 휴대폰 화면에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각 음식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도 즉석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결제도 물론 휴대전화로 이뤄진다.

이강태 하나카드 사장은 "지금까지의 카드는 한정된 서비스만이 가능했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으려면 다른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했다"며 "이제 통신기술과 결합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서비스를 하나의 카드로 제공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