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6개월 남짓 살면서 한국이 여러 가지로 최고를 지향하는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뭔가 이루어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그 기질이 더욱 잘 드러나는 것 같다.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사용률과 수학 · 과학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경주 양용은 같은 뛰어난 남자 골퍼도 있지만 세계 여성 골프는 한국이 장악하고 있다. 또 삼성과 LG는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한국이 원하지 않지만 최고인 것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수면시간이 가장 적고,자살률은 일본 다음으로 높다. 또 출산율이 1.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다. 이는 미래 한국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인구 유지를 위해 커플당 2명은 낳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왜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아졌을까. 필자가 한국에 산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몇 가지 이유를 찾아 보았다.

첫째,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심하다. 수업료뿐만 아니라 수학 영어 예체능 등에 많은 사교육비가 들어간다. 서울에서 오후 11시30분에 열세 살짜리 학생이 무거운 책가방에 바이올린까지 들고 가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필자는 그 나이 때 오후 9시면 잠자리에 들었다. 아마 한국인의 수면시간이 가장 낮은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엄청난 사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노동시간이 너무 길다. 물론 생산성은 별개 문제지만 한국인들의 노동시간은 OECD 최고 수준으로 연간 2390시간이다. 이는 OECD에서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국가보다 20% 높은 수치다. 놀랍게도 프랑스와 비교하면 77% 높다. 프랑스는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훨씬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부끼리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고,따라서 출산율은 커플당 2명으로 더 높고 자살률은 낮은 것 같다.

셋째,한국 부부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은 것 같다. 한국 남편들은 술 마시고 노래방에 가고 골프 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아내와의 데이트에는 인색하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지만 말이다.

필자는 매주 5~7명의 젊은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한다. 이를 통해 발견한 사실은 HSBC 직원 중 절반 이상이 미혼이고 이들 중 70%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여러분 중 HSBC은행의 미혼 여성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필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도 좋다. 만약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다면 필자가 스피드 데이트를 주선할 수도 있다. 출산율 제고야말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매튜디킨 HSBC코리아은행장 ceohsbckorea@hs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