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차는 힘이 약하고 연비가 떨어진다? 적어도 크라이슬러의 세브링 디젤에 관해선 틀린 얘기다. 세브링 디젤은 경유 1ℓ로 15.2㎞(공인연비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실 주행연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체가 심한 주말에 서울에서 대전까지 고속도로를 왕복했지만 연료통의 절반도 소비하지 않았다. ℓ당 11~12㎞의 실연비를 꾸준히 유지했다.

세브링 디젤이 이같이 높은 연료 효율을 내는 것은 2000cc 터보디젤 엔진 덕분이다. 크라이슬러가 독일 게트락과 공동 개발한 6단 자동변속기(DCT)도 좋은 연비를 내는 데 기여했다.

이 차의 최고출력은 140마력,최대토크는 31.0㎏ · m에 달한다. 정지상태에서 급하게 가속페달을 밟는 경우만 아니라면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1750~2500rpm의 낮고 넓은 엔진 회전영역에서 최대 동력을 내기 때문에 추가 가속이 필요할 땐 힘이 넘칠 정도였다.

창문을 열고 주행할 때 엔진 배기음이 다소 컸지만,창문을 닫으면 '디젤 차'란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 진동 수준 역시 만족스러웠다. 차체 길이가 4850㎜,너비가 1845㎜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보다 각각 30㎜,10㎜ 크다. 앞 바퀴와 뒷 바퀴 간 거리가 2765㎜로,실내 공간이 준대형차에 맞먹는다.

세브링 디젤 실내는 단순한 구조다. 하지만 의외로 다양한 고급 편의사양이 장착됐다. 동급 모델 중 유일하게 타이어의 공기압을 살필 수 있는 타이어 모니터링 시스템(TPMS)을 달았다.

20GB의 하드 용량을 갖춘 '마이기그'(MyGIG) 멀티미디어 장치가 눈에 띄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냉 · 온장 기능의 컵 홀더가 있다. 냉장 때는 파란 색,온장 때는 붉은 색 램프가 켜진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정면 충돌 실험에서 만점을 받았을 정도로 승객 보호 능력을 인정받은 모델이다. 가격은 392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