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일반적으로 봄과 가을에 있을 법한 대규모 아파트 동시분양 기자설명회가 열렸다. 중흥건설 등 6개 건설사가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7900여채가 넘는 아파트를 '한 겨울'에 한꺼번에 분양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달 23일 견본주택 문을 열 계획인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청약접수는 빨라도 12월31일,일정 조정이 있을 경우 내년 1월 초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건설업체 분양담당자에게 물었다. 연말연시에 대규모 분양에 나서는 이유가 뭐냐고? "내년 2월11일까지 주어지는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교과서적인 대답을 들었다.

다시 물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5.5%로 올려 잡았는 데요. 내년 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 분양하는 게 낫지 않나요. " 이에 대한 건설업체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걸 어떻게 믿나요. 조금이나마 (분양 호조)바람이 불 때 하는 게 그래도 낫죠."

정부와 연구기관들의 전망과 달리 내년 경제상황을 불투명하게 보는 건설사는 한강신도시 참여업체들뿐만이 아니다. 최근 취재차 만난 D건설사 주택사업 담당 임원은 "자금조달에서 정부 정책의 가변성까지 내년 상황을 매우 불안하게 보고 있다"며 "주택사업 전략도 보수적으로 짤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임원은 이런 불안감이 '내년 2월11일 양도세 감면 만료'라는 마케팅 포인트 하나를 붙잡고 건설사들이 연말 분양에 집중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양도세 감면'을 내걸고 전형적인 부동산시장 비수기인 12월에 전국에서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86개 단지 5만9000여채(닥터아파트 조사)로 작년 12월의 7배다.

분양물량이 일시에 몰릴 경우 후유증은 2~3년 뒤 입주시점에 나타난다. 작년 하반기 일시에 전셋값이 30% 이상 급락한 서울 잠실지역처럼 한꺼번에 입주가 진행되면서 인근 전세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락했다가 얼마 후 다시 급등하는 '롤러코스트' 현상은 집주인과 전세입자 간 갈등을 낳는다.

경제성장률 전망을 100% 맞힐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내년 전망치를 주택이란 상품을 파는 건설사가 믿지 못한다면 정부와 시장의 격차가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김철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