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뫼비우스는 1858년 아주 특별한 '띠'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긴 직사각형의 종이 중간을 한 번 돌려 양 끝을 연결하면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평면이자 입체인 '띠'가 만들어진다. 안과 밖이 하나의 면으로 연결돼 있어 만약 개미떼 한 무리가 그 중심을 따라 이동한다면,종이의 앞면과 뒷면에 동시에 줄을 지어 끝없는 행진을 지속하게 된다. 컨베이어 벨트,녹음테이프 등에 이 원리를 적용하면 양쪽 면을 고루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련 특허만 해도 100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연속성과 회귀성으로 '뫼비우스의 띠'는 '무한 반복'을 뜻하기도 한다.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개인정보 역시 뫼비우스의 띠 위를 걷고 있다. 한번 유출된 주민등록번호,ID와 비밀번호 등의 개인정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복제 · 전파되고 있다. 불법스팸과 보이스 피싱,메신저 피싱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출을 받거나 대포폰을 개설하는 등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뫼비우스의 띠는 면의 중심을 따라 반으로 잘라도 둘로 분리되지 않고 두 배로 길어진 하나의 띠가 된다. 세 번,네 번을 잘라도 뫼비우스의 띠는 끊어지지 않고 서로의 접점을 가지며 더욱 길고 많은 고리들로 연결된다.

우리는 블로그,미니홈피,게시판의 댓글,온라인 쇼핑,교통카드,신용카드 사용 등 하루에도 수많은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특히 여러 사이트에서 '동일한 ID와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경우 이들 사이의 접점이 돼 인터넷상에서 '개인정보의 띠'를 만든다. 하나의 사이트에서라도 'ID와 비밀번호'가 유출되면 나의 사생활 정보가 모두 드러날 수 있다. 여행기록,인터넷 쇼핑기록,주고받은 이메일 등은 더 이상 나만의 소중한 정보가 아니다.

이 띠를 끊을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은 바로 '비밀번호 바꾸기'다. 매우 쉽고 간단하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서비스 가입 때 믿고 맡긴 아이핀(i-PIN)이나 주민번호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이를 관리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책임이지만,'동일한 ID와 비밀번호'를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이제는 비밀번호를 사이트별로 다르게 설정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일은 기본적인 디지털 안전 수칙이 되었다.

뫼비우스의 띠는 횡(橫)이 아닌 종(縱)의 방향으로 잘라야만 끊을 수 있다. 내 정보는 내가 지킨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노력할 때,쳇바퀴 돌듯 반복될 수 있는 '개인정보의 띠',유출로 인한 '피해의 띠'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장 khjkorea@ki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