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외국인등록번호로는 안 되고 주민등록번호로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많아요. 아이들 학습사이트 가입해야 하는데…."(우즈베키스탄 출신 주부 남타티아나씨)

"인터넷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서 외국인등록번호로도 가입시키도록 요청하고 있으니 바뀔 겁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

지난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이곳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결혼이민자들과 이귀남 법무부 장관과의 간담회가 진행된 것.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일본,우즈베키스탄 등 외국 출신 여성 8명은 한국 정부의 법무수장과 한국 생활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이 장관이 "결혼이민자들이 출생국의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한국 국적을 딸 수 있게 복수국적을 허용토록 국적법을 개정하고 있다"고 하자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돌아가면서 장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시간이 주어지자 이들은 한국 생활에 대한 애로사항과 건의내용도 쏟아냈다.

일본 출신의 타키유카리씨는 "한국에서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많이 시키는데 결혼이민자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잘 읽힐 수도 없고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필리핀 출신의 멀시하체로씨는 "필리핀 아내들이 한국인 남편들에게 얻어 맞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하소연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장관은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에서 이중고,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정부 외국인정책위원회 등과 협조해 해결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결혼이민자네트워크의 야마구치 히데코 회장(일본)은 "이민자 문제에 큰 관심과 아낌 없는 지원을 해주셔서 고맙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장관은 "법무부가 검찰 수사 등 죄인들을 다루는 분야에서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친절을 외국인 정책 분야에서 발휘해 만회하겠다"며 '친절한 법무부'가 될 것을 약속했다.

이날 모임은 철도파업 등에 묻혀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국내에 있는 3만4000여명 결혼이민자와 법무수장이 작으나마 소통할 수 있는 귀한 자리였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