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국민경제의 가장 기초 단위인 가계는 사상 유례없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걱정이다. 한국은행 통계청 등에 따르면 3분기 전국 가구의 명목 근로소득은 평균 227만6390원으로 1년 전인 작년 같은 기간보다 0.3% 줄어,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를 기록했다.

가계소득 감소의 영향으로 3분기 교육비 지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 줄어들었다. 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에서 가계의 교육비 지출이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8년 4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가계의 돈 사정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가계신용(부채) 잔액은 9월 말 현재 712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700조원을 넘어서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 늘었다. 이에 따라 가계신용 규모가 국민총처분가능 소득의 2.6배를 기록,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이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어 가계가 받는 압박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경기회복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용 없는 성장이 갖고 있는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가계부채 문제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가계와 금융권 동반 부실(不實)로 이어지며 경제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당국은 성장률 제고도 중요하지만 새해 경제운용에서 가계부채경감 대책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서비스업 육성에 매진하고 자영업자에 대한 좀 더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의 장기화를 유도하는 등 대출체계 개선 등에도 관심을 가져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