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 변두리 지역에 사는 경진이네(10).초등학교 4학년인 경진이는 온수도 나오지 않는 단칸방에서 할머니,동생 경아와 함께 산다. 아버지는 연락이 없고 할머니는 허리골절상으로 몸져 누웠다. 학교 다니는 것조차 버거운 형편이었다.

이런 경진이가 최근 함박웃음을 지었다. 복지단체를 통해 신한은행에서1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받은 덕분이다. 매달 일정액의 생활비도 지원받기로 했다. 할머니가 매달 받는 정부 보조금 2만3000원이 고정 수입의 전부였던 살림살이에 숨통이 트였다. 신한은행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회공헌활동 '사랑의 클릭'을 통해 경진이와 같은 불우청소년을 돕고 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경진이의 사연이 신한은행 직원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10월.신한은행의 사회공헌 사이트인 '아름다운 은행(www.beautifulshinhan.com)'을 통해서다. 온수시설은커녕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데다 지붕이 폭싹 내려앉아 눈이 많이 내리면 집이 무너질까 걱정된다는 경진이의 사연은 직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말린 옥수수대와 고추대로 겨울철 난방을 해결해야 한다는 경진이의 딱한 사정에 신한은행 직원 500여명은 주저없이 클릭했다. 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액수를 월급에서 공제했다. 여기에 '사랑의 사이버 경매'를 통해 모은 돈을 합쳐 경진이네에 전달했다.

경진이의 담임선생님은 "찬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자주 씻을 수 조차 없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안타까웠다"며 "신한은행의 도움을 계기로 해맑은 아이들에게 가난이 되물림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진이에게 도움을 준 신한은행의 '사랑의 클릭'은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된다. 소장품을 사내 경매로 팔아 나온 돈을 기부하는 '사이버 경매'와 사이트에 뜬 사연을 읽고 월급에서 원하는 금액을 공제하는 '사랑의 클릭'이 그것이다. 신한은행 직원들은 이를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7000만원을 모았다. 이 돈은 경진이네처럼 불우한 청소년 120여가구에 골고루 전달됐다.

◆'사이버 경매' 통해 애장품 기부

신한은행의 사회공헌 사이트에서는 40여개 물품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직원들이 평소 아끼던 물건들이다. 물건은 마감 때까지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직원에게 낙찰된다. 물품을 팔아 조성된 돈은 사회공헌활동비로 적립된다.

지난 4일 입찰 완료된 닌텐도 '위' 게임기 세트는 22만원에 낙찰됐다. 기부자는 포남동지점의 배민철 사원.모두 14명이 응찰했다. 시중가가 30만원에 육박하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낙찰금액이 기부에 활용되고 있어 직원들이 높은 가격에 응찰하고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이런 식으로 경매에 나오는 물품은 다양하다. 가전제품부터 골프채,명함지갑,넥타이,등산화,각종 서적 및 양주에 이르기까지 백화점을 연상케 한다. 말단 행원부터 행장까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물품이다. 한두 번 사용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새것이다.

이백순 행장은 평소 사용하던 MP3플레이어를 내놓아 '고가'에 낙찰됐다.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 물품에는 이영훈 · 이정원 부행장,조용병 · 문종복 · 오세일 전무 등 임원들이 내놓은 것도 많다.

신한은행이 사랑의 사이버 경매를 시작한 것은 2006년.첫해 184건을 경매에 부쳐 1300만원을 마련했다. 2007년엔 132건으로 900만원,작년엔 131건으로 800만원을 각각 적립했다. 사이버 경매의 장점은 많다. 물품을 기부한 사람은 평소 잘 쓰지 않던 물건을 귀한 곳에 사용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낙찰자는 자신이 원하던 물건을 저가에 마련할 수 있다. 은행에서는 낙찰된 금액만큼 연말정산 때 기부금 소득공제를 해준다.

사이버 경매를 통해 낙찰을 받은 적이 있다는 직원은 "낙찰금이 불우이웃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에 시중가보다 비싼 값을 기분 좋게 써냈다"고 말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사랑의 클릭'

사이버 경매와 함께 진행되는 '사랑의 클릭'은 임직원들이 사회공헌 사이트에 소개된 사연을 읽고 클릭하면 기부금을 다음 달 월급에서 자동으로 공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부금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정할 수 있다. 2개월간 모금을 진행한 뒤 은행에서 모금액만큼을 더해 사연이 소개된 어려운 이웃에게 직접 전달한다.

2006년 3700만원,2007년 5300만원,2008년 6400만원 등 모금액이 해마다 늘고 있다. 참여하는 직원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어서다. 현재 '사랑의 클릭'은 간질환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아버지와 지하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지민이 등 소외이웃 100명을 돕기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올 들어 822명의 직원이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사랑'을 클릭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