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휴가를 줘서 책을 읽도록 독려하는 '사가독서(賜暇讀書)제'가 도입된 것은 조선 세종 때다. 처음엔 한가한 절이나 집에서 독서를 하도록 권했으나 성종 때에는 아예 독서당을 세웠다. 필요한 비용은 모두 나라에서 대줬고 임금이 음식을 내려 격려하기도 했다.

성삼문 박팽년 등도 사가독서제 혜택을 받았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도 3년에 한 번꼴로 관료들에게 한 달 안팎의 독서휴가를 줬다고 한다. 밤낮 일에 매달리다 지식이 고갈되는 것을 염려해서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독서가 좋다는 걸 모를 사람은 없지만 짬을 내서 책 읽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갈수록 해야할 일이 많아지는 데다 영상매체가 크게 늘어나는 탓이다. 2007년 우리 국민 중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23.3%나 됐다. 만화나 잡지를 제외한 일반도서 기준으로는 그 비율이 28.9%로 올라간다. 그나마 책을 읽는다는 응답자 중 37.2%의 하루 독서시간은 30분 미만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실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책 읽는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책장에 잠들어 있는 책을 꺼내 이웃과 함께 읽자는 취지로 미국에서 시작된 '북 크로싱(Book-crossing)'운동이 대표적이다. 읽고 난 책에 독후감을 끼워 공공장소에 두면 발견한 사람이 다시 같은 방식으로 책을 돌려 보는 운동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돛단책' '북모임' 같은 사이트를 중심으로 꾸준히 퍼지고 있다.

성균관대가 독서 권장을 위해 '오거서(五車書) 운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오거서는 당나라 시인 두보의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남자는 다섯 수레에 실릴 정도의 책을 읽어야 한다)'란 시구에서 따온 것으로 다독(多讀)을 강조한 말이다. 독후감 추천도서 독서여행 저자인터뷰 등을 올리는 홈페이지(http://book.skku.edu/)'를 지난달 초 개설한 이래 벌써 700여 명이 가입하는 등 호응이 높다고 한다.

미국 미디어학자 닐 포스트먼은 "책 읽기는 단순히 지식만을 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독서하는 동안 논리 객관성 중립성 같은 다양한 가치를 체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감각적 · 자극적 문화가 판을 치는 세상일수록 독서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일 게다. 오거서,북 크로싱 같은 독서 운동이 널리 확산돼야 하는 이유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