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수립..영업대전 예고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조만간 새해 경영 전략을 확정한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지만, 내년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벗어나는 `정상적인 해'로 보고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저마다 내년을 새로운 도약의 해로 꼽고 있어 치열한 영업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KB금융 "비은행부문 성장이 1순위"

최근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회장으로 선출한 KB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 성장에 방점을 둘 계획이다.

그룹 전체의 순이익 90%를 국민은행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바로잡고 은행과 비은행의 두 날개로 균형 있게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6일 "인수.합병(M&A)과 자생적 성장 등을 통해 증권, 보험 부문을 키우겠다"며 "카드 부문의 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해 3월 지주사 설립을 의결한 뒤 앞으로 1년 이내에 카드사업 분사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금융위기 여파로 탄력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내년에는 카드 분사 등 카드 부문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1등 은행'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도 목표다.

KB금융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외환 부문과 퇴직연금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며 "영업점의 경우 신설 점포를 늘리기보다 기존 점포의 효율성을 높이고 복합점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리스크(위험) 관리체계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의 리스크 관리 수준은 높아졌지만, 나머지 계열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은행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신한금융 "실탄 확보..보험영업 강화"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어 내년 경영전략을 확정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내년에는 금융위기 이전이었던 2007년처럼 정상적인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실탄을 별도로 마련해놓는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세계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원화 및 외화 유동성 위기를 겪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자산을 급격히 늘리면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자산을 늘리더라도 조달과 예대율을 감안할 것"이라며 "따라서 일선에서 영업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가량으로 보고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다.

연간 순이익 목표는 2조 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신한지주의 연간 순이익은 2007년 2조3천964억원, 2008년 2조186억 원이었으나 올해는 1조4천~1조5천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조흥은행과 LG카드 등 잇단 M&A를 통해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 성장의 토대를 닦은 신한지주는 내년에는 보험 부분의 시장 점유율을 강화하되,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그룹 IB(투자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특히 불확실한 경제전망에 대비한 시나리오 경영 체제를 구축해 경영 계획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정부가 소유한 은행지분의 매각과 카드 분사 등 금융권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이동을 새로운 기회로 적극 활용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주력 자회사인 신한은행은 '1등 은행'이 되기 위해 '혁신'을 내년도 경영의 키워드로 삼고 이를 토대로 전략을 수립했다.

◇ 우리금융 "내년 최고 성적 낼 것"

우리금융지주는 `파생상품 손실' 악몽을 떨쳐내고 내년을 1등 그룹 도약의 해로 삼을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오는 23일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내년 비전을 선포하고 사업 계획을 확정한다.

내년 캐치프레이즈를 `창의적 경영혁신과 성장기반 강화'로 정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화두였던 비용 절감을 체질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아끼는 것이 아니라 조직 운영의 효율화 등 혁신을 통해 이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서나 영업점마다 최우수 인력을 `혁신 리더'로 선정해 비용 절감 아이템을 발굴하도록 할 예정이다.

영업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내년 경영환경이 불확실하지만, 올해보다 호전될 것으로 본다"며 "지난 3분기 뛰어난 순이익을 낸 기세를 몰아 내년에도 최고의 성적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3분기에 순이익 4천838억 원의 `깜짝 실적'을 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는 해외진출과 녹색금융을 꼽았다.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계열사 콜센터나 직원 연수 등을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 센터 등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과제는 그룹의 민영화를 앞당기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민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내년에 예보가 16%의 소수지분을 매각할 때 절반은 자사주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 하나금융 "다 함께 뛰자..영업 확장"

하나금융지주는 오는 11일 이사회를 열어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이현주 하나금융 부사장은 "금융위기 이후 올해는 여러 여건이 불투명했으나 내년에는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영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M&A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돌발 변수가 생기거나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은 내년에 '확장'에 초점을 맞춰 영업과 경영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주력 자회사인 하나은행은 내년 경영 구호를 '2010 점프 투게더(Jump Together)'로 정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지난 1일 전 본부장과 영업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이런 경영 슬로건을 발표하고 "내년에는 높이 도약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점을 중심으로 고객 관리에 나서 기존 고객에 대해서는 교차판매를 강화하는 한편 신규 고객을 창출해 실질적인 고객 기반을 확충함으로써 영업실적을 확대하자"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 민영화나 외환은행 인수 등 금융권 M&A 대전에도 동참할 태세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조재영 최현석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