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전문경영인의 장기집권'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 KB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각각 18년째와 13년째 최고경영자(CEO)로 군림하고 있는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과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라 회장과 김 회장의 장수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

두 사람 모두 재임기간 중 눈부신 실적을 남겼다. 동화 · 제주 · 조흥은행과의 합병,LG카드 및 굿모닝증권 인수 등을 통해 신생 소형 은행에 불과했던 신한은행을 국내 선두권 금융지주회사로 키운 인물이 라 회장이다. 단자(短資)회사인 한국투자금융을 은행으로 전환시키고 보람 · 서울은행 인수합병 등을 통해 4대 금융지주회사인 하나금융지주를 탄생시킨 주인공이 김 회장이다.

두 회사 모두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CEO 선발 시스템도 무시할 수 없는 장수 요인이다. KB나 우리금융지주와 달리 일반 주식회사처럼 이사회 의결로 대표이사 회장을 뽑고 있다.

이사회 운영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기만 하면 당일이나 그 다음날 이사회 호선을 거쳐 회장으로 옹립된다. 외부인사가 회장직에 도전하려면 일단 이사진에 들어가야 하는데,사실상 현 경영진이 장악하고 있는 이사회가 이를 받아줄 리 없다.

경영진을 견제할 만한 세력이 미약하다는 점도 장수비결 중 하나다. 신한금융지주는 분산된 재일교포들이 지분 20%가량을 갖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사모펀드 안젤리카를 통해 9.6%,골드만삭스가 자회사 GS데자쿠를 통해 9.36%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으나 경영권에 대한 관심이 낮다.

권력을 교체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회사 내부에서 대항마가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과 상사에 대한 충성심을 유달리 강조하는 두 회사 모두 회장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을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신한 · 하나금융 측 관계자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경영실적이 좋은 CEO가 장기 집권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며 "내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후계자가 양성되는 만큼 비판적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