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배구조 무엇이 문제인가] 실적 좋은 CEO도 문제삼는 정부
라 회장과 김 회장의 장수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
두 사람 모두 재임기간 중 눈부신 실적을 남겼다. 동화 · 제주 · 조흥은행과의 합병,LG카드 및 굿모닝증권 인수 등을 통해 신생 소형 은행에 불과했던 신한은행을 국내 선두권 금융지주회사로 키운 인물이 라 회장이다. 단자(短資)회사인 한국투자금융을 은행으로 전환시키고 보람 · 서울은행 인수합병 등을 통해 4대 금융지주회사인 하나금융지주를 탄생시킨 주인공이 김 회장이다.
두 회사 모두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CEO 선발 시스템도 무시할 수 없는 장수 요인이다. KB나 우리금융지주와 달리 일반 주식회사처럼 이사회 의결로 대표이사 회장을 뽑고 있다.
이사회 운영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기만 하면 당일이나 그 다음날 이사회 호선을 거쳐 회장으로 옹립된다. 외부인사가 회장직에 도전하려면 일단 이사진에 들어가야 하는데,사실상 현 경영진이 장악하고 있는 이사회가 이를 받아줄 리 없다.
경영진을 견제할 만한 세력이 미약하다는 점도 장수비결 중 하나다. 신한금융지주는 분산된 재일교포들이 지분 20%가량을 갖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사모펀드 안젤리카를 통해 9.6%,골드만삭스가 자회사 GS데자쿠를 통해 9.36%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으나 경영권에 대한 관심이 낮다.
권력을 교체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회사 내부에서 대항마가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과 상사에 대한 충성심을 유달리 강조하는 두 회사 모두 회장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을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신한 · 하나금융 측 관계자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경영실적이 좋은 CEO가 장기 집권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며 "내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후계자가 양성되는 만큼 비판적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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