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그룹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탈퇴하기로 한 것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 등 노사관계 정상화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차 노조는 한국의 대표적인 강성 노조다. 이들이 강성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과도한 전임자 숫자 때문이라는 게 그룹의 설명이다. 현대차의 노조 전임자는 임시상근자를 포함해 217명에 달한다. 조합원 203명당 1명꼴이다. 기아차 전임자도 144명에 이른다. 조합원 195명당 1명꼴이다.

이들에게 작년 회사가 지급한 돈은 현대차 137억원(1인당 6600만원),기아차 87억원(1인당 6020만원)이다. 툭하면 근무에서 빠지는 대의원도 현대차 484명,기아차 437명에 이른다. 이들이 오로지 노조 활동에만 전념하며 선명성 경쟁을 벌이다 보니 자주 파업을 벌여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 중인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회사 측의 임금 지급이 금지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대차 노조가 걷는 조합비는 연간 103억원(기아차는 73억원)이다. 이 중 절반 정도는 상급단체에 보낸다. 나머지 50억여원으로 전임자 임금을 주려면 전임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전임자가 줄어들면 노조의 발목 잡기도 줄어들고,노사관계도 합리화할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조합원 5000명 이상인 사업장부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우선 시행하는 방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5000명 이상인 사업장은 41곳에 불과하다. 이들 사업장부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할 경우 어떻게든 전임자 임금을 보전받으려는 노동계의 집중 공략 목표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 사업장의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보고 있다.

다만 재정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 노조의 사정을 감안,조합원 1000명 이상인 사업장부터 단계 시행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노사관계 정상화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간외 근무를 하지 않았는데도 시간외 근무 수당을 지급하던 기아차의 뿌리 깊은 관행을 없앴다. 여기에 전임자 임금 지급을 중단해 강성 노조에 시달려온 질곡에서 빠져 나온다는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13년간 미뤄져 온 노조 선진화 조치가 또다시 유예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경총 회원사로 남아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