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의 전면 파업이 4일로 9일째를 맞았으나 정상화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세종시다 4대강이다 해서 온 나라가 뒤숭숭한 마당에 철도마저 사상 최장의 파업을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노사가 한치의 양보없이 상대방 탓만 하는 사이에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가 다시 휘청이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어제 경제5단체가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와 철도운행 정상화를 촉구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파업이 이어지면서 국민은 생업에 지장을 받고,산업계는 화물 수송 차질로 정상적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주장했다.

실제 국가 기간 수송망인 철도가 마비되면서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생산과 운송, 수출 차질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시멘트 제조업체의 경우 화물열차 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위기라고 한다. 수도권 물류기지인 의왕내륙 컨테이너 기지 등에는 처리하지 못한 컨테이너가 쌓여가고 석탄 철강 유류 등의 수송에도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수출 차질도 심각한 상태다. 기업마다 수출 컨테이너를 옮길 화차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상황이고 이로 인한 수출 차질액은 하루 6000만달러, 월간으로는 2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노조는 "법적절차를 거친 정당한 파업"이라며 정부의 강경 기조와 회사측의 대규모 징계 방침에도 불구, 꿈쩍하지 않고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번 파업이 불법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데 있는 게 아니다. 백번 양보해 설사 해고자 복직 요구 등 노조의 주장이 정당하다 해도 지금의 파업은 그 누구로부터도 환영 받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코레일은 방만(放漫) 경영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 온 대표적 공기업이다. 한 해 7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면서도 직원들은 평균 6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공기업이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국민의 발'을 담보로 파업을 벌인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철도노조는 이유를 불문하고 당장 파업부터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