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미친 듯이 뛰고 있다. 온스당 1200달러를 돌파했으니,연초에 비해 36%나 오른 값이라 한다. 사람들은 화폐의 가치를 믿을 수 없을 때 금을 찾곤 한다. 종이에 불과한 돈보다 역시 금이 믿음직한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의 상황은 이상하다. 미국의 경우 일반 물가만 보면 달러의 가치는 제법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도 바닥이고,다른 생필품의 가격도 안정된 상태다.

그런데도 금값만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단기적 상황과 장기적 예측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금 당장 일반 상품의 가격이 안정돼 있는 것은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당장은 상품의 공급이 풍족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길게 보면 미국 달러의 가치는 위태로워 보인다. 미 연방준비위원회(FRB)가 금리를 0%로 책정해 놓고 있다는 것은 거의 무한정으로 돈을 쏟아 내고 있다는 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부도에 직면한 금융기업들과 자동차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각종 구제금융책을 시행했는데,그게 다 돈을 갖다 붓는 행동이다.

미국 정부가 돈을 풀어 급한 불을 끄는 행위는 거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의료개혁이라는 사업에서도 천문학적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이고,그것 역시 결국은 통화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돈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정부가 그것의 가치를 받쳐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믿음이 없다면 종이 쪽지에 불과한 것이 종이 돈이다. 돈이 남발되기 시작하면 빈 종이만도 못한 존재로 떨어지고 만다. 짐바브웨 같은 나라에서는 돈 한 장으로 종이 한 장을 사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설마 미국이 그렇게까지야 되지는 않겠지만,돈이 많이 풀리면 그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미국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지금 당장은 물건 값이 안정돼 있지만 머지않아 물가 자체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달러를 버리고 금으로 갈아타고 싶어할 것이다. 처음에는 민감한 투자자들 정도가 금을 사는 일에 착수하지만,점차로 일반인들도 그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한다.

몇 년 전 미국에서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까지도 빚을 내어서 주택을 사들였듯이 금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만약 그것이 거품으로 발전하고,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보았듯이 어느 순간 터져 버린다면 가공할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금에 투자했던 많은 사람들이 빈털터리가 되고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른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리먼 브러더스를 필두로 주택 투자와 관련돼 있던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흔들거리던 뉴스를 들은 지 오래되지도 않았다. 금에 투자했던 사람들과 금융회사들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돈을 풀어 경기 침체를 해결하려다 보면 늘 이런 일이 반복된다. 경기를 살리려고 풀어낸 돈이 90년대에는 닷컴 기업으로 몰렸고,2005년에는 부동산으로 몰렸다. 지금은 그 돈이 금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달러를 버리고 금을 사둬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과거의 버블 경기를 돌이켜 보면 늦은 느낌이 짙게 든다. 우리 같은 아마추어가 시장에 들어갈 때 도사들은 떠날 준비를 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마음만 불안하고 착잡할 뿐이다. 그래서 꼭 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 통화당국은 제발 돈을 함부로 풀지 마시라.경기가 나빠지더라도 돈을 풀어 진통제를 놓으려 하지 말고,사람들이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고통을 벗어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