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에 올랐던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과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후보를 사퇴한 가운데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예정대로 3일 면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단독 후보로 면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강 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될지,아니면 회추위 일정이 연기될지 관심사다. 이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일고 있는 금융당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강 행장의 선택은

조담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겸 회추위 위원장은 2일 "예정대로 3일 오전 회장 후보자 면접을 실시해 가능한 한 이날 중으로 최종 후보를 선정하고 내년 1월7일 임시주총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일정을 연기하거나 회장 선임 절차를 바꾸면 오히려 그것이 불공정한 추천 절차가 될 것"이라며 "강 행장이 면접에 응한다면 회추위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독 후보로 남은 강 행장은 이날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강 행장은 여의도에 있는 국민은행 본점과 명동에 있는 KB금융지주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강 행장 주변 인사들은 결국 면접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이 사퇴했다고 해서 강 행장도 함께 사퇴하거나 면접을 보지 않는다면 오히려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며 "강 행장이 면접에 응할 것이라는 게 그룹 내 대부분의 임직원들 정서"라고 전했다.

강 행장은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 회추위 위원 가운데 과반수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면접에 참여할 경우 이변이 없는 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6명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회추위 내부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조 위원장은 "밤을 새워 토론을 하더라도 회추위 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가급적 회장을 선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회장 선출 불공정 논란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도 이날 지속됐다. 이 사장은 "KB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해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제반 상황을 점검해보니 마치 고스톱 판에서 상대편(다른 경쟁자)은 '광'을 3개나 들고 있고 나는 쭉정이만 쥐고 있는 형국이었다"며 "투명성을 의심받는 현 사외이사 중심의 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중립적인 인사들이 참여하는 공기업 임원 선임 절차 같은 것을 도입해 다시 경쟁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선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절차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다"며 "후보 개개인의 의사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거세지는 관치 우려

한편 KB금융 회장 선임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직 · 간접적으로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금융위는 KB금융지주가 회추위를 구성할 무렵이던 지난 10월29일,KB금융 측에 회장 선임 일정을 늦춰줄 것을 주문했다. 내년 3월 정기 주총에 맞춰 천천히 진행해도 되지 않느냐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KB금융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 회추위는 '최고경영자(CEO)를 오랫동안 공석으로 둘 수 없고,연말연초 사업계획 작성과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 등 해야 할 일이 많아 늦출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내년 외환은행 인수 · 합병(M&A)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CEO를 하루빨리 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달 13일 1차 회의를 열고 '이달 3일 회장선임' 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

그 이후부터 금융당국의 KB금융 때리기가 본격화됐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틈나는 대로 "강 행장이 지난 5년간 한 일이 뭐냐.회장을 맡으면 8년을 하는 건데 그 정도로 기여했나","KB금융의 사외이사 제도는 문제 투성이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강 행장 몰아내기에 나섰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KB금융을 압박해 회장 선임 일정을 내년 초 이후로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말까지 은행 사외이사 제도를 바꾸고 내년 초 KB금융 사외이사를 당국의 입맛에 맞게 교체한 뒤 KB금융 회장을 뽑으려 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강동균/박준동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