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예대율을 100%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정부에서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시중은행에 제시해 변동성이 큰 자금시장이 아닌 고객의 예금 규모 내에서 대출 자금을 조달하도록 한 것이다. 고객의 예금 규모 내에서 이루어지는 대출 규모 관리는 은행업 기본의 핵심이다.

한국에 부임한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종종 받은 질문은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HSBC가 어떻게 정부 지원없이 견딜 수 있었는지였다. 대답은 간단하다. HSBC가 진출해 있는 86개국 정부 어느 곳에서도 지원을 받지 않았던 것은 140년 넘게 은행업에 종사해 온 동안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은행은 예금을 유치하면,이 예금이 은행의 돈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이를 안전하고 유동성있게 보관해야 한다. 즉 우선 예금을 유치하면 예금액의 일부를 대출해 주며,성실하게 갚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준다. 또 실제 고객들은 종종 입금한 지 얼마되지 않아 출금을 하기도 해 고객 예금액 중 적정 수준만을 대출에 사용하고 예금 고객이 출금을 원할 경우에 대비해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둬야 한다.

이런 정책을 유지하려면 최상의 예금 금리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예금 금리를 높게 책정하기 위해서는 예금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에 대출을 해야 하며,여기에는 필연적으로 고객의 예치금에 대한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은행이 대출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은행에 이러한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대출금은 은행의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출금은 고객의 돈이며,일부는 (보통 10% 이하) 주주의 돈이기도 하다. 은행은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익의 일부를 환경과 교육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은행은 가장 우선적으로 예금고객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그 다음으로는 주주이다. 고객은 언제든지 예금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필자는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 모두 은행업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 옛말 중 항상 맞는 것이 있다. "만약 어떤 것이 너무 좋아보여 믿기 힘들다면 믿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 세상에 공짜 점심이라는 것은 없는 법이다. 결국 누군가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