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패턴과 컬러의 애니멀 프린트를 믹스하면 한 가지 아이템으로 스타일링 할 때보다 세련된 룩이 완성된다. 스키니한 레오파트 프린트 팬츠에 컬러와 크기가 다른 레오파드 프린트 티셔츠를 매치하자. 여기에 길고 커다란 니트 가디건을 입고 청키한 울 코트를 레이어드 하면 근사한 그런지풍 애니멀룩을 완성할 수 있다. 좀 더 슬림한 룩을 원한다면 타이트한 애니멀 프린트 원피스에 또 다른 패턴의 애니멀 프린트 코트를 매치해 볼 것. 여기에 날렵한 애니멀 프린트 부티나 블랙 에나멜 부티를 더해 세련되게 마무리하자…….'

위의 문장은 A 패션잡지에 실린 글의 일부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한 단락을 읽는 데도 영어 발음 그대로 쓰인 한글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이 잡지에 실린 영어를 우리말로 바꿔도 글의 흐름과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히려 쓸데없이 외래어가 너무 많아 영어도 우리말도 아닌 애매모호한 언어가 됐다.

영어 발음대로 적은 한글을 우리가 쓰는 쉬운 말로 바꿔본다면 '패턴'은 '모양이나 양식'으로,'애니멀 프린트'는 '동물무늬'로,'믹스'는 '섞다','아이템'은 '제품'으로,'스타일링'은 '옷입기'로,'스키니'는 '가는'으로,'슬림'은 '얇은','블랙'은 '검은색'과 같이 쓸 수 있다.

패션잡지는 대부분 외국의 옷이나 유행을 그대로 전해주기 때문에 외국어를 많이 쓴다.

하지만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읽히는 잡지라는 특성에 맞게 잡지 편집자들은 일반 독자들이 보다 이해하기 쉽고 많이 쓰는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어를 그대로 한글로 옮겨 적고 있다.

분야의 특성상 외국과 많이 연계된 곳뿐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간판이나 프로젝트 이름 등도 흔히 외국어의 약자나 마구잡이식 조합으로 알 수 없는 단어를 양산하고 있다.

얼마 전 동의 사무적인 면보다 주민의 복지를 강조하기 위한다는 취지로 '동사무소'를 '동주민센터'로 이름을 바꿔 만만치 않은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심지어 국가에서 운영하는 초등학생 상담기관인 'Wee'센터,교육행정 정보 시스템인 나이스(NEIS)는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도 마구잡이식 영문 조합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영문 구호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의 'High Seoul',김해의 'Gimhea For You',부산의 'Dynamic Busan',수원의 'Happy Suwon,대전의 'It's Daejeon' 등 전국 곳곳에서 내건 영문 구호는 시민들과의 괴리감만 넓히고 있다.

광주의 '아하! 광주' 중 '아하'는 '아트(Art)'와 '하이테크놀로지(High technology:첨단기술산업)의 줄임말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런 흐름들이 언어의 변천과정 중 하나라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구잡이식의 영문 조합과 외국어를 한글로 그대로 옮겨 적는 지금의 세태는 이미 수용할 수 있는 경계를 넘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들도 잘 알지 못하는 영문 조합이 세계화를 위한 방편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오히려 이렇게 넘쳐나는 외국어 속에서 우리말을 지키고 복원하는 노력들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임근영 생글기자(대전 둔산여고 2년) jookl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