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경광고대상' 수상작들의 핵심 키워드는 '진솔함'과 '당당함'이다.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전직 대통령의 서거,신종 플루,성범죄 등으로 유난히 어수선했다. 이런 때일수록 좋은 광고는 고객들의 불안한 마음을 읽어내고 달래주려 노력하게 마련이다. 올해는 솔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를 잘 표현한 광고들이 단연 돋보였다.

대상 수상작인 삼성의 '두근두근 투모로우(Tomorrow)'는 희망찬 미래를 맞는 두근거림을 따뜻한 분위기로 풀어냈다. '스노우 캣' 캐릭터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권윤주씨와 공동으로 작업해 기술이라는 이성적인 요소를 감성적인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태양광 휴대폰은 꽃으로,LED(발광다이오드)는 별로 비유하는 등 크리에이티브가 돋보인다.

진솔한 광고가 많아진 점도 두드러진 트렌드다. SK의 '당신이 행복입니다' 캠페인은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바로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운 네 살이 온갖 말썽을 저지르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대림산업 e편한세상의 '진심이 짓는다' 캠페인은 기존 아파트 광고의 빅 모델,화려한 이미지 컷 등의 공식을 과감하게 깼다. IBK기업은행도 광고에서 불경기로 딸을 학원에 보내줄 수 없자 웃음을 잃은 아빠와 괜찮다고 환하게 웃으며 오히려 아빠를 더 걱정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통해 감동을 준다. 동부그룹은 딸아이가 아빠의 다리를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 포근함을 자아냈다.

당당함을 내세운 적극적인 광고도 많았다. SK텔레콤의 '다시 투자합니다' 시리즈는 골프선수 최나연 등을 통해 이동통신의 유용한 가치를 환기시키고 있다. 삼성화재 통합보험은 상품의 장점을 직설적으로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명작의 손동작을 재해석해 임팩트를 더했으며,삼성SDS는 'SOS! SDS!'라는 운율감 있는 표현으로 IT(정보기술) 전문업체임을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산업의 미래가 금융에 달렸다',쌍용건설은 '싱가포르 중심에 건설의 기적을 세우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STX는 자사가 건조한 세계 최대 규모의 크루즈선 오아시스호의 시원한 모습을 담으며 기술력을 부각시켰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광고에서 차의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현대모비스의 광고는 안전한 운전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노력을 앞세웠다. 하나대투증권은 자사의 CMA 수익률을,한국투자증권은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인터넷 · 화장품 · 생활가전은 제품의 특징과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SK브로드밴드는 빨간선과 주황선,보라선 등으로 초대형 구를 만들어 유선통신에서의 서비스 경쟁력을 표현했고,웅진코웨이 '페이프리'는 현대카드와의 새로운 제휴 서비스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탤런트 차태현은 '이과수 얼음정수기'에서 뽑은 얼음물을 마신 후 감탄사를 내뱉으며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의 '다시 쓰는 여자이야기'는 소비자 참여형 캠페인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관련 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였다. 서울우유 역시 '왜 제조일자가 중요한지'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 소비재인 소주와 라면 광고는 모델을 적절하게 활용했다는 평가다. 진로 '참이슬'은 배우 하지원의 도발적인 모습을 내세우며 깔끔한 맛을 전달했다. 농심 '신(辛)라면'은 박지성 선수를 통해 매운 맛을 한국인의 열정과 결부시켰다. 화려한 시각으로 눈을 사로잡은 광고도 눈에 띈다. 현대카드의 'Titanium Plate 카드' 광고는 블랙으로만 표현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삼성증권은 단순하지만 강렬한 느낌의 비주얼을 활용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