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TV산업은 세계적인 금융위기 와중에도 반도체에 이은 또 하나의 신화를 일궈냈다. 삼성전자는 4년 연속 세계 TV시장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선도적 시장전략으로 완전한 리딩기업으로 자리잡았다. LG전자도 소니 파나소닉 등 쟁쟁한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삼성전자가 출시한 LED TV였다. 경제위기가 정점에 치달았던 지난 3월 삼성전자는 전 세계 시장에 LED TV를 동시에 출시했다. 소니가 가장 먼저 개발해놓고도 대중화에 실패한 상품이었지만 삼성은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하며 밀어붙였다. 기존 LCD TV에 비해 훨씬 비쌌지만 소비자들은 3㎝도 안되는 두께와 선명한 화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에 내세울 준비도 안된 다른 경쟁업체들은 앉아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대인 북미 LE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상반기 점유율은 90%가 넘었다.

독점업체로서의 이점을 마음껏 향유한 결과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TV부문에서만 2,3분기 연속 1조원이 넘는 이익을 올렸다. 그 결과 세계 LCD TV시장 점유율(금액기준)은 작년 말 20%에서 9월 말에는 22.1%로 뛰어올랐다. 수량 기준 점유율은 17.4% 수준인데 금액기준으로는 22.1%에 이른 것은 그만큼 제품을 비싸게 팔았다는 얘기다. 이런 삼성전자의 실적은 소니,파나소닉 등 TV 강국 일본을 바짝 긴장케 할 정도였다.

LG전자도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다양한 LED TV 제품을 내놓으며 세계시장에서 선전을 펼쳤다. 이에 따라 작년 말 10.2%에 그쳤던 세계시장 점유율은 3분기 말 13.3%로 뛰어올랐다. 11.5%에 그친 소니와 8.0% 수준을 기록한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TV시장 2위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다.

소니를 제치고 보더리스TV 등 혁신적 제품을 선보인 덕에 세계시장에서 LG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새로운 판매채널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세계 TV시장에서 LG전자의 입지를 더욱 굳건하게 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LG전자의 TV판매는 올해에 비해 40%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TV 외에도 강점을 갖고 있는 가전부문에서 올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독보적인 생산성을 앞세워 프리미엄 제품 마케팅을 강화한 덕분이다. 가전부문에서 LG전자는 5%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월풀이나 일렉트로룩스 등 세계적 기업들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등 가전산업에서 갖춘 경쟁력을 기반으로 내년 세계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