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위례신도시 청약배정 갈등
1992년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전셋집을 전전해가며 20년 가까이 무주택자 지위를 유지해 온 그였다. 수도권에서 내집마련을 할까도 고민해봤지만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만뒀다. 물론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자녀의 교육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 씨는 "지금껏 잘 유지해온 제도를 하필 위례신도시 청약을 앞두고 바꾸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우선공급 제도는 수도권 66만㎡ 이상 공공택지에 적용되는 것으로 이번 개정작업은 사실상 내년 위례신도시 청약을 위한 것이다. 현행 규칙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분양주택의 100%를 서울시민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지만 경기도는 30%만 경기도민이 먼저 가져가고 나머지 70%는 서울과 인천에 할당되도록 돼 있다.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위례신도시에서 지역에 따른 형평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경기도는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많이 높아져 제도를 손질할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시는 자택 보유비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주택보급률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한다. 게다가 서울에는 오랫동안 위례신도시 청약을 기다린 장기 가입자들이 많아 이들에 대한 신뢰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가운데 교통정리를 해야 할 국토부는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경기도 입장에 기운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공개된 청약예금 가입자 말고도 청약저축 가입자 수도 지역 · 기간별로 공개해 당첨확률을 따져보자고 요구했으나 국토부로부터 "통장이 투기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거부당한 것.
서울시 · 경기도 간 청약물량 배정기준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렇지만 개정 취지에 대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이호기 건설부동산부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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