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이 검사기회가 축소되고 있어 환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검사를 위해서는 테크네슘이라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필요한데 원료가 되는 몰리브덴의 공급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사를 접하면서 필자는 우리나라 소재산업의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핵 의학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최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으면서도 정작 필요한 핵심 원료 물질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국민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우리나라 소재,특히 희소금속을 둘러싼 가까운 미래 모습이 아닐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소재가 문제가 된 것이 한두 해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정부나 업계 모두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소재산업 육성에 중점을 둔 부품소재산업 종합대책에 이어,지난달 27일에는 희소금속 소재산업 발전대책도 발표했다. 그만큼 자원확보의 심각성이 높아지고,우리경제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의 결과라 여겨진다.

인체의 0.04%를 차지하는 철,망간과 같은 미량원소 없이 생명 활동이 유지될 수 없듯이 희소금속은 산업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자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희소금속이 일부 국가에만 편재돼 있다는 사실이다.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리튬은 칠레 등 상위 3개국이 생산의 82%를,휴대전화 등 IT기기에 필수적인 인듐은 중국 등이 81%를 공급하고 있다. 희소금속은 가격은 차치하고 물량 확보자체가 어려워질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벌써 중국과 같은 자원 대국은 희소금속의 수출을 통제하는 등 자원을 무기화 하고 있고,자원이 없는 일본 같은 나라는 해외 광산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해외 광산을 확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희소금속은 제련,정련에서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희소금속 소재에서 기록한 대일 무역적자는 22억달러에 달해 대일 소재 무역적자 115억달러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자원 보유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는 처지인 일본이 희소금속 소재에 있어서 수출 강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반이 바로 고순도 제련 및 정련,재활용 추출 등에서 보유한 높은 기술력이다.

자원을 가지고 있는 중국,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본 사이에서 우리나라 희소금속산업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구리,아연 등을 제련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일부 희소금속 및 망간 등 합금철과 관련된 소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희소금속 소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여태껏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없거나 경제성이 없어 보여서,또는 만들고 싶어도 기술이 없어서 수입에만 의존해온 소재들이 많이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산업 구조는 점점 더 소재 선진국에 종속돼 왔다. 20년 전 일본의 한 경제 평론가가 우리 경제를 빗대어 말한 '가마우지 경제'라는 조롱 섞인 말이 앞으로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계속 따라다니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이제는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정부,소재기업,수요산업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품소재 종합대책과 희소금속소재산업 발전대책 발표는 더 와닿는다. 특히 이번 발표에 기대를 거는 것은 정부가 관련 업계나 학계 등과의 교감을 통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흔적이 자못 크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번 기회가 소재산업과 미래 성장 동력 산업간 협력과 상생의 기회로 활용돼 일본을 능가하는 소재산업 강국으로 발전하는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준한 < 포스코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