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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에서 검찰과 집행관은 법도 통하지 않는,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을 상대한다. 우리들이 그리는 검찰,집행관의 얼굴은 십중팔구 지쳐 피곤한 얼굴이다. 그러나 어느 집단에도 아름다운 얼굴은 있게 마련이다.

31년간의 검찰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집행관으로,이제는 법무사로 새 출발선에 선 기원섭씨(61)도 그런 아름다운 얼굴이다. "지난 세월은 앞만 보고 달려왔고,등산으로 치면 오르기만 했었죠. 이제 인생의 3막은 베풀고 내려가는 삶,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 기 법무사는 책을 출간한 아마추어 작가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출판업계에 작은 회오리를 일으키며 출간된 '집행관 일기'가 그의 작품. 이 책에는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살아가는 리얼한 삶의 현장, 그곳에서 겪은 애절한 사연과 뒷얘기들이 담겨 있다. 두 해 전에는 언제 맞이하게 될지 모를 며느리를 위해 넉 달 동안 쓴 일기 형식의 책을 펴내기도 했었다. A4용지 247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의 이 책 제목은 '지영이에게 띄우는 편지'. 얼굴도 모르는 며느리를 향하는 그의 온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영원한 소년의 감수성을 가진 기 법무사는 여행마니아이기도 하다. 여행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문화와의 다양한 만남 등 여행에 얽힌 얘기에 더 관심이 많다.

'작은 행복'이라는 간판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여행 당시 신시가 중심의 쇼핑가인 게트라이데 거리의 고풍스러운 간판 장식들을 보고 모티브를 얻어 만든 것이다.

1948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기 법무사는 1973년 국가공무원 9급인 '검찰서기보'로 대검찰청 총무과에 임용돼 검찰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승진에 승진을 거듭한 그는 91년 '수사사무관' 승진 임용시험에 합격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관으로 보임됐다. 법무부 검찰국 검찰 제1과 인사담당,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공안과장과 총무과장을 거쳤다. 검찰청 국장직으로 승진할 때쯤 그는 승진을 포기하고 '집행관'의 길을 택했다. 이후 3년9개월간의 집행관 생활을 마치고 올 초여름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을 오픈했다.

기 법무사는 다음 카페 '참 아름다운 동행 (http;//cafe.daum.net/kiwonsub)'을 통해서도 주위 사람들과 작은 행복을 나누고 있다. '작은 행복'은 이름처럼 기 법무사와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직원들이 모여 서민들의 법적인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항상 문을 열어두고 있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