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은 올 한 해 극심한 수주가뭄을 뚫고 다양한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크루즈선 등 새로운 전략 선종을 개발하고 신기술 개발에 주력해 다시 올 호황기를 준비하고 있다. 수주잔량 기준으로 점유율 1위를 중국에 빼앗겼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을 통해 기술적 우위를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 기술을 진화시키고 있다. 세계 1위 업체인 현대중공업의 세계 일류상품은 25개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밸러스트 수(水)처리 시스템인 '에코 밸러스트'를 탑재한 선박도 개발했다.

로봇사업도 대표적인 현대중공업의 미래 사업이다. 4세대 LCD 운반용 로봇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조선소 자체의 기술 혁신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처음으로 생산 현장에 와이브로(무선 광대역통신망)를 적용한 '디지털 조선소'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KT와 '와이브로(무선광대역통신망) 조선소 구축'에 관한 협정을 맺은 지 5개월 만에 기지국 1곳과 광중계기 13대를 설치하는 작업을 지난 9월 마무리했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소 중 최초로 크루즈선 건조사업에 진출했다. 미국 크루즈선사인 유토피아가 발주한 11억달러 규모의 크루즈선(10만t급) 건조 입찰에서 단독 계약대상자로 선정됐다. 유토피아와 함께 기본 설계를 마친 뒤 내년 상반기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LNG(액화천연가스)선박보다 5배 이상 비싼 크루즈선 분야를 해양플랜트 부문과 함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또 높이 1m짜리 축소 모형 하나로 미국 풍력발전 설비 시장을 뚫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영국 업체와 함께 '샌드위치 플레이트 시스템(SPS)' 공법을 선박 건조에 활용하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선박 블록을 제작할 때 보강재를 용접하는 대신 두 장의 얇은 철판에 특수 개발한 폴리우레탄을 넣어 샌드위치처럼 붙이는 방식이다.

선박의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전류고정날개'(Pre-swirl stator)를 자체 개발했다. 축구장 세 배 크기의 초대형 유조선(VLCC)에 장착하면 연간 1500t의 기름을 절약해 20년 운항 기준으로 160억원의 연료 절약 효과가 예상된다.

STX조선해양은 올해 중국 다롄 조선소를 본격 가동하고,계열 회사인 STX유럽이 세계 최대 크루즈선인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를 인도하는 등 한국-유럽-중국을 연결하는 글로벌 생산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일반 상선뿐만 아니라 헬리콥터 캐리어,쇄빙 예인선 등 특수선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할 수 있었다. 어려운 조선시황 속에서도 11월 말 현재 23억달러 규모의 수주(국내,유럽 포함)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