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국내 통신업계의 화두는 '합병'으로 모아졌다.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가 2위 이동통신사업자 KTF와 합병했고 텔레콤 데이콤 파워콤 등 LG 3콤도 지난달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결의하고 새해 1월1일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도약을 위해 내부를 정비하는 한 해였던 셈이다. 새 먹거리를 찾을 시장으로는 정보기술(IT)을 타 산업에 접목한 융합(컨버전스)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KT와 SK텔레콤 모두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성장을 새 비전으로 앞세웠다.

KT · KTF가 합병한 통합 KT는 지난 6월 출범했다. 통합 KT는 자산 24조원,매출액 19조원,직원 수 3만8000명의 매머드급 유 · 무선 통신회사로 거듭났다. 재계 순위도 21위에서 단숨에 9위로 뛰어올랐다.

통합 KT가 출범하자 LG그룹도 반격에 나섰다. LG 3콤은 지난달 27일 각각 임시 주총을 열고 3사 합병을 공식 승인했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방송통신위원회의 합병 승인,17일까지 진행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관문 등을 통과하면 내년 1월1일 통합 LG텔레콤으로 새출발하게 된다. 통합 LG텔레콤은 매출액 8조원 규모로 각각 매출 규모가 19조원과 13조원대인 KT-SK 양강 구도에서 나름대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합병을 통해 내부를 정비한 통신업체들이 내놓은 카드는 유 · 무선 컨버전스(FMC)다. KT가 최근 휴대폰에서 인터넷전화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FMC 서비스를 내놓자 SK텔레콤도 FMC 서비스와 함께 집전화 요금으로 휴대폰 통화를 할 수 있는 유 · 무선대체(FMS) 서비스까지 출시했다. LG 3콤도 새해 4월께 FMC를 선보일 예정이다.

업체들은 갈수록 축소되는 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탈피,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ICT 육성을 선언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0월 말 법인,산업,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IPE(Industry Productivity Enhancement) 사업에 집중,2020년 이 분야에서만 2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통합 KT도 이석채 회장 취임 후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과 함께 첨단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와이브로 자동차,와이브로 조선소 등의 개발에 나서는 등 ICT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