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 인하폭이 1%포인트를 약간 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카드사의 부실채권 발생률이 낮아졌다는 이유로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를 절반(2%포인트) 이상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방위적인 담합 규제에 나섬에 따라 카드사들이 자발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도록 방침을 바꾸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0일 "감독당국이 일괄적으로 취급수수료 인하폭을 결정하지 않고 최근 15개 은행 및 5개 카드사들이 제출한 인하 방안대로 각사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종의 가격에 해당하는 금리를 감독당국이 나서 손을 볼 경우 나중에 담합 등의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당초 금융사들이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를 절반인 연 2% 이상 낮출 것을 기대했지만 금융사들이 제출한 취급수수료 인하율은 대부분 1%포인트 초중반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이 1.5%포인트의 취급수수료 인하율을 제출했고 국민은행은 1.4%포인트 정도를 내년 2월 이후부터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 삼성 현대 등 전문 카드사들도 취급수수료 인하폭을 대부분 1%포인트대로 정했다.

일부 은행들이 취급수수료를 2~3%포인트 인하하겠다는 방안을 제출했으나 시장점유율이 낮아 큰 의미가 없다고 감독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카드사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인하폭을 제시했지만 각사의 수수료 인하율 결정은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지도에 따른 11개 소주업체에 총 226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가격 담합에 대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함에 따라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인하 유도를 사실상 포기했다.

이에 대해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생색내기용의 반응만 보인 셈"이라며 "금융당국도 취급수수료를 아예 없애라는 국회의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어서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태훈/유승호 기자 beje@hankyung.com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카드사들이 현금인출기(ATM) 등의 사용 명목으로 받는 돈.현금서비스 인출액의 4%(연 환산기준)의 금액을 취급수수료로 떼고 있다. 카드사들은 취급수수료와 이자를 합쳐 평균 연 26.3%(6월 말 기준)의 수수료를 현금서비스 사용 고객에게 부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