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형 유망 녹색기술이 집중 발굴 · 육성된다. 국가 녹색산업의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부품 · 소재 기술의 국산화 및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녹색산업 분야의 핵심인 부품 · 소재 R&D(연구개발)와 생산을 담당할 녹색 전문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중소기업형 유망 녹색기술'을 발굴해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녹색기술은 그동안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를 비롯해 산 · 학 · 연 각계 전문가와 6개월간의 심층 토의과정을 거쳤다. '녹색기술로드맵'을 토대로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큰 8개 산업 분야,50개 전략제품,117개 유망녹색기술이 제시됐다.

'중소기업형 유망 녹색기술'은 R&D 투자규모,연구개발단계,요소기술 여부,사업화 가능성 등에 있어 중소기업의 특성을 고려하고 타 부처 · 연구기관 · 전문기업 등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발굴됐다. 발굴된 8개 분야는 △풍력발전 △바이오에너지 △차세대조명(LED) △히트펌프 △그린IT △폐기물에너지화 △폐기물자원화 등이다.

녹색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면 녹색제품의 기술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부품 · 소재의 수입을 대체할 국산기술의 육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현재 국내 녹색 중소기업 수는 혁신형 중소기업 1만4000개의 0.8%(128개)에 불과할 정도로 취약한 수준이다. 특히 태양광 풍력 등이 녹색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핵심 부품 · 소재의 수입의존도가 크고 중소기업의 참여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태양광발전=국내 태양광 발전은 2006년 이후 연평균 434%씩 용량이 급증해 신재생에너지발전의 약 48%를 차지하는 핵심 에너지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폴리실리콘부터 최종 발전시설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국내 생산량의 65%가 외국에 수출되는 셀은 지난해부터 여러 기업이 양산을 시작한 반면 국내 태양광 발전소에는 외국산 모듈이 67%를 차지할 정도로 수입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부품별로는 OCI가 폴리실리콘,웅진에너지는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또 미리넷솔라와 에스에너지는 셀과 모듈을 양산하고 있다.

기존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가격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고효율 · 저가격화 기술확보가 시급한 시점이다. 태양광 분야의 중소기업형 전략제품으로는 △고효율 저비용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용 모듈화 · 패키징 부품 · 소재△고효율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실리콘 박막 태양전지용 유리기판 및 기판 대체 소재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의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 응용제품 △CIGS 태양전지용 친환경 화합물 반도체 소재 등이 꼽혔다.

◆풍력발전=신재생에너지 중 발전단가가 비교적 저렴하고 소요면적이 작아 2006년 이후 연평균 20%씩 급증하고 있다. 2030년에는 신재생에너지원의 13%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핵심 에너지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풍력의 발전단가는 ㎾h당 107원으로 ㎾h당 716원인 태양광에 비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풍력발전시스템의 보급은 상당히 진전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풍력발전 시스템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기술력은 선진국에 비해 5~10년 정도의 기술격차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의존율은 97%에 달하고 증속기,제어장치,블레이드의 자체기술 개발 능력은 선진국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풍력산업은 메인샤프트 · 타워플랜지 등 단조품을 중심으로 수출에 주력하고 있지만,신규진입장벽이 낮고 풍력터빈 원가의 5~7%에 불과한 단조품 등의 부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경우 소형풍력발전시스템이나 대형풍력발전기의 고부가가치 핵심부품 개발에 대한 '선택과 집중'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바이오에너지=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성은 낮지만 전기 생산을 주목적으로 하는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열,전기뿐만 아니라 기존 수송용 연료와의 직접 호환이 용이해 가장 현실적인 대체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에탄올,바이오디젤은 수송용 액체연료로,음식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등은 열 전기 등의 용도로 쓰인다.

바이오에탄올의 세계 최대 생산국은 미국과 브라질.최근 유럽 중국 등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바이오에탄올시장은 팽창하는 추세다. 미국은 2020년까지 자국 석유 소비량의 20%를 바이오에탄올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 브라질은 플렉스카(FFV) 도입과 정책지원을 통해 바이오에탄올 소비 증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2010년 바이오연료 보급을 2003년 대비 18배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한 메탄가스 생산 등 일부 기술은 상용화 단계에 있지만 바이오연료 등에서는 아직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이 77%이고 개발이용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이에 따라 바이오에너지 산업분야별 중소기업의 도전영역을 설정,선택과 집중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차세대 조명(LED)=세계 각국이 백열등 퇴출계획을 수립하고 에너지절감에 유리한 LED를 각종 조명기기에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LED 세계시장규모가 2008년 218억달러 규모에서 향후 연평균 26% 상승,2012년 54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휴대폰 모듈을 중심으로 LED 시장규모가 지난해 2조4385억원으로 세계시장의 9.3%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은 칩은 수입산이 70%를 차지하고,국내 LED업체의 82%가 5인 미만 영세기업에서 생산되고 있다.

국내 LED산업은 원천기술 분야는 선진 몇몇 기업들이 독점함으로써 상호 특허공유 및 전략적 M&A를 통해 집중 견제받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주력해온 응용기기 분야는 진입장벽이 낮아 중국 등 저가 대량생산으로 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기업들은 칩성능 향상보다는 LED의 고효율 · 장수명을 위해 필요한 방열 및 컨버터 기술 등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대규모 반도체 설비를 필요로 하는 소자 분야보다 광학,방열,구동회로 등 모듈의 효율 향상을 위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히트펌프=정부의 그린홈 지원정책 및 친환경 규제,클린에너지 지원정책 등을 통해 국내 시장규모는 지난해 이후 연평균 34%씩 급성장하고 있다. 2012년께 시장규모는 1조3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신규 R&D 선정과제 중 고효율 20마력급 히트펌프 개발 등 20개 과제에 230억원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도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을 통해 지열분야에서 1호당 17.5㎾ 이하의 경우 최대 설치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히트펌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지열분야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지만 압축기를 포함한 핵심부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압축기 열교환기 냉매 등은 100%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히트펌프의 핵심부품인 압축기와 열교환기 등에서는 국내 중소기업의 진입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중소기업의 유망분야로는 친환경 자연냉매를 이용하는 히트펌프 분야,제품별 독자적 기술확보가 가능한 핵심부품 분야,IT 기술을 접목한 제어기술영역 분야 등이 꼽힌다.

◆그린IT=전기 · 전자기기들의 에너지소모량 절감과 함께 IT기술을 기반으로 전력소비량 감소 등 환경친화적 기술을 개발하는 분야다. 국내 그린IT 시장규모는 지난해 8000억원에서 연평균 57%씩 증가해 2013년 7조65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기술수준은 다른 녹색기술에 비해 높은 편이다. 고효율 전동기,대기전력 절감,고효율 정보기기,고효율 공조기기 등 전체 그린IT 분야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80% 수준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그린IT 중 중소기업형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품목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품목별 그린IT 기여도는 고효율전동기와 고효율정보기기가 각각 30%를 차지하고 있으며,고효율 공조기기와 대기전력 절감은 각각 10%와 5%로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고효율전동기와 고효율정보기기에 대한 선택과 집중전략이 요구된다. 고효율전동기는 국가 전체 전력소비량의 60%를 점유하는 전기의 주요 소비원이고,고효율 정보기기는 TV 셋톱박스,홈네트워크기기 등 가정 내 전력소비량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향후 시장영향력이 큰 분야로 꼽힌다.

◆폐기물 에너지화=현재 신재생에너지 중 2007년 폐기물에너지의 비율은 77%에 달한다. 생산단가는 태양광의 10%,풍력의 66% 수준으로 폐기물의 에너지화는 가장 효율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방안으로 꼽힌다. 신고유가시대를 맞아 폐기물 관리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가시화되면서 폐기물 에너지화 시장은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규모는 2006년 4600억원에서 2020년께 1조2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폐기물 에너지화 기술은 평균적으로 선진국의 60% 내외 수준으로 기술실증 및 상업화를 위한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하지만 분야별로 기술수준에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폐기물의 고형연료화(RDF, RPF) 기술은 실증단계이나 폐기물가스화 시스템의 경우 파일럿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 폐기물 에너지화 기술연구는 대부분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주도하고 중소기업인 환경설비업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이 실증 및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폐기물자원화=우리나라는 1인당 금속원자재 소비량이 미국의 2.5배,일본의 1.8배에 달한다. 이처럼 자원 다소비 산업구조를 갖고 있지만 일부 품목을 제외한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폐기물 자원화가 지상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첨단제품인 휴대폰,PC,LCD,디지털카메라,가전제품 등은 대량으로 생산 소비된 후 폐기된다. 이들 제품에는 금,은,동 등 고가의 자원을 비롯해 리튬,인듐,희토류 금속 등 희유(稀有)금속들이 포함돼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폐기물자원의 산업적인 중요성을 인식하고 희유금속에 대한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

국내 희유금속을 포함한 자원 비축량은 지난 7월 말까지 1만8821t(국내 수입수요의 37일분)이며,연말까지 2만7730t, 2011년까지 3만7644t으로 비축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폐기물 자원화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폐기물자원회수 업체가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R&D 개발역량이 부족한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별(전처리),회수,무해화 · 무배출 후처리를 통한 재생제품화에 이르는 전공정 단계에 있어 중소기업의 참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전공정을 포괄하는 도시광석 자원화 시스템 개발 및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