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대만에도 수출 급감,경기 악화,기업 감원,무급 휴가 실시,실업자 급증이라는 문제를 가져왔다. 대만의 산업은 대부분 수출주도형인데다 소수 업종에 과도하게 집중된 탓에 이번 금융위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대만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신6대 산업을 선정,올해부터 2012년까지 2000억 대만달러(약 7조2000억원)를 투입키로 결정했다. 바이오 산업,친환경에너지,최신 농업기술,관광산업,의료,문화 산업 등에 대한 민간투자를 지원해 산업 규모를 키우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대만 혼자의 힘으로는 회복시킬 수 없다. 세계 경제가 호전되기 전에 우선 내수 확대,경기 진작,취업 확대 및 국가경쟁력 제고를 통해 국내 산업의 발전을 지속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대만 행정원은 2009년 2월 '경기 회복-공공건설 투자 확대계획'을 발표했다. 편리한 교통망 구축,안전한 재해방지 환경 조성,문화 및 생활 환경 수준 제고,국가경쟁력의 기초설비 강화,우수한 연구개발 인력 배출,안정적인 학업 및 취업 지원 등을 위해 총 20개의 중점 투자 항목과 64개의 집행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 진행되는 이 계획에 총 5000억 대만달러(약 18조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또 각국 정부 조달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뉴정허(新鄭和)계획'을 마련,수출융자 및 수입보험 혜택을 강화하고 외자 기업의 대만에 대한 구매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은행을 돕고,은행은 기업을 지원하고,기업이 근로자를 지원하는 '3단계 지원 정책'을 비롯,중소기업에 대한 융자와 실업자의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들도 잇따라 시행됐다.

저소득층을 돕는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해 8월 내놓은 근로소득보조방안은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의 기본 생활 수준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다. '단기취업 촉진 방안''우수인력 취업촉진 계획'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월부터 대만 노동위원회가 직원훈련 보조금을 기업에 지급,노사 간 상생 추구에 협조하고 있다.

대만은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관계의 해빙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만 행정원은 '브리지빌딩 프로젝트(Bridge-Building Project)'를 발표했다. 이 계획을 통해 양안 간 산업협력 모델이 세워지고 더욱 개방된 산업발전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오는 12월에 열릴 4차 양안회담에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은 내년에 체결될 전망이다.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이 협정이 발효되면 대만 경제는 중국을 성장동력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양안관계 해빙은 대만 경제회복뿐 아니라 한국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안 경협 활성화는 한국 기업의 대만 비즈니스 기회도 커질 수 있고,대만 기업과 손잡고 중국에 진출할 때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 정부는 양안경제특구 육성을 위해 자동차 등 8대 산업에 3년간 5000억 위안(약 9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푸젠성 정부도 민간투자를 적극 유치할 계획임을 밝혀 양안 해빙이 외국 기업들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서 대만과 중국과의 경협 강화를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이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